세계교회

교황, 주교시노드 개막미사 주례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1-10-12 수정일 2021-10-13 발행일 2021-10-17 제 3265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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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경청·식별의 여정 시작… “서로를 있는 그대로 만나야”
공동합의성 향한 전 세계 여정
하느님 백성 전체의 참여 강조
9일 열린 ‘개막과 성찰의 시간’
유흥식 대주교 대표 신앙 증언
“공동합의적 교회, 함께 살면서  소외된 이들 위해 봉사하는 것”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10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6차 정기총회 개막미사를 거행하고 있다. CNS

공동합의성을 향한 전 세계 교회의 여정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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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10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개막미사를 주례하고 전 세계 모든 가톨릭교회가 ‘만남의 장인’이 되라고 촉구했다.

교황은 강론에서 “우리는 형식적이거나 가식적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예수님과 서로를 만난다면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며 2023년까지 2년 동안 이어지는 주교시노드의 여정에 평신도와 수도자, 성직자 등 하느님 백성 전체가 참여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이날 개막미사에는 전 세계 각 대륙에서 초청된 남녀 평신도와 수도자, 신학생, 사제와 주교, 추기경 등 3000여 명 이상이 참례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교황청에서 봉헌된 가장 큰 규모의 미사였다.

교황은 강론에서 주교시노드에 참여한다는 것은 “함께, 같은 길을 걷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날 복음에서 나타나듯 “길에서 한 부자를 만나 그의 질문을 먼저 듣고,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예수님의 모습을 기억하자”고 당부했다.

이어 교황은 주교시노드 여정의 특징인 만남과 경청, 식별을 강조했다. 교황은 “예수님처럼, 우리도 만남의 장인이 되라는 소명을 받았다”며 이는 ‘하느님께 열린 마음’, ‘성령의 말씀에 대한 경청’,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개방성’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특히 참된 만남은 “온 마음으로 다른 이들에게 경청하는 자세를 가질 때에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만남과 경청은 식별의 단계로 이어진다”며 “주교시노드는 경배와 기도, 하느님 말씀과 함께하는 대화 안에서 이뤄지는 영적 식별의 여정”이라고 말했다.

‘공동합의적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주교시노드는 교구별-대륙별-세계 등 세 단계를 거쳐 2023년 10월 교황청에서 열리는 본회의까지 2년 동안 진행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10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봉헌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개막미사 중 성경을 들어 축복하고 있다.

이날 개막미사에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9일 교황청 시노드홀에서 ‘개막과 성찰의 시간’을 갖고 개막연설을 통해 주교시노드 과정 중에 경계해야 할 세 가지 사항에 대해 당부했다.

교황은 우선 ‘형식주의’(formalism)에 대해 우려하고 주교시노드가 “외적으로만 특별한 하나의 사건”이 되지 않도록 ‘참된 영적 식별 과정’으로 내실을 다질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이어 ‘주지주의’(intellectualism)에 대해 경계하면서 교회의 문제들과 세계의 악들에 대한 ‘추상적인 접근법’을 제시함으로써 “하느님 백성의 현실과 세계 공동체들의 구체적인 삶에서 동떨어진 것이 될 것”을 우려했다.

교황은 특히 ‘현실 안주’(complacen cy)의 유혹에 대해서도, “우리는 늘 이렇게 해왔다”며 “바꾸지 않는 편이 낫다”고 말하는 태도를 지적했다.

교황은 나아가 주교시노드의 과정은 ‘은총의 때’라며,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교회가 구조적으로 공동합의성을 향해 나아갈 기회, 경청하는 교회가 될 기회, 그리고 친밀한 교회가 될 기회를 만들어나갈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개막과 성찰의 시간’에는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유흥식 대주교가 전 세계 주교들을 대표해 신앙 증언에 나섰다. 유 대주교는 “공동합의적 교회는 한 가족으로 살면서 함께 걸어가고 세상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이며 소외된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라며 “공동합의적 교회의 삶은 노고 없이 갈 수 없지만 새로운 오순절을 향해 성령께 문을 여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