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늘 함께하시는 주님 / 한정민

한정민(체칠리아·제2대리구 오전동본당)
입력일 2021-05-03 수정일 2021-05-04 발행일 2021-05-09 제 3244호 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축구를 하는 큰아이의 빠른 프로 진출을 위해 그리스행을 결정했습니다. 여러 고민 끝에 가족 모두 떠났습니다. 그러나 취업 비자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짧은 그리스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떠난 길이었기에, 다시 돌아온 한국은 많이 낯설었습니다. 아이는 축구 학교에 잘 적응했지만, 남편과 둘째 아이 저는 예전과 다른 생활 속에서 많이 갈등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나 저희에게는 따뜻하게 맞아 주시는 신앙 공동체가 있었습니다. 또 모든 것을 적응하고 이겨 나갈 수 있게 기쁨과 희망을 주시는 주님이 계셨습니다.

점차 다시 안정을 찾아가면서 큰아이는 유럽 진출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체코행을 결정했습니다. 그리스행은 실패했지만, 가족 모두 주님께 감사하며 많은 기쁨과 설렘을 지니게 된 결정이었습니다. 그렇게 큰 아이가 한국을 떠나고 한 달 후, 어느 날이었습니다. 저희 부부가 ME 주말을 지내고 나온 다음 날이었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신체검사에 문제가 생겨 한국에 돌아오게 됐다는 것이었습니다.

주님께 울며 매달렸습니다. 한참을 그러고 나니 이 길 또한 우리에게 필요한 길임을, 이 어두운 터널에서도 일어설 힘을 주심을 알게 됐습니다. 아이도 상황을 받아들였습니다. 저희는 ME의 ‘10&10’으로 서로 위로하며 그 힘으로 아이들을 위로했습니다. 지칠 때면 주님은 미사 안에서, 교육 안에서 위로해 주셨습니다. “두려워마라 내가 너의 하느님이니라.”

세상의 눈으로 볼 때는 외국서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오고, 경제적으로나 현실이 안정적이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얻은 것이 하나도 없어 보였지만,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더 많았습니다. 갈등 속에서 더 깊이 가족을 바라보며 이 길 또한 꼭 필요한 길이었음을 알았습니다. 큰아이는 “개신교를 다니는 친구가 자기는 ‘주님 축구 잘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한다며, ‘너는 어떻게 기도하냐?’”고 물었다고 했습니다. 아이는 “‘주님 저와 함께해 주세요’라는 기도를 한다”고 했다더군요. 그렇게 주님이 함께해 주심을 우리 가족 모두 가슴 깊이 새기게 되었습니다.

다른 이의 신앙체험 고백을 들을 때, ‘나라면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평범한 삶을 꿈꾸었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나 또한 어려운 역경과 힘든 시간이 많았구나!’ 싶었습니다. 주님께서 함께하신 그 길은 위로와 이겨낼 힘과 용기와 희망의 길이었습니다. 그 후로 매일 미사에 참례하며 저 자신을 돌아보고 회개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주님께서는 거저 주신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그 길을 아직 가고 있음을, 그렇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해주셨습니다.

”주님 늘 고통과 슬픔, 역경과 함께하고 있지만, 그 속에 저와 함께해 주소서! 임마누엘!”

한정민(체칠리아·제2대리구 오전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