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사제 단상] 꿈으로 시작한 사순절 / 신성근 신부

신성근 신부 (주교회의 사무차장)
입력일 2019-05-09 수정일 2019-05-09 발행일 1990-03-18 제 1696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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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때、『저 녀석은 잠 잘 때에는 누가 업어가도 모른다』는 말을 아버님께로부터 자주 들어왔다. 그처럼 지금도 잠은 참으로 잘 잔다. 주변의 소음에는 전혀 관계치 않고 눕기만 하면 이내 잠이 든다. 그런 내가 재의 수요일 전날 밤에는 잠못이루며 밤새 뒤척였고、새벽녘에 잠들어서도 꿈속에서마저 시달려야 했다. 그 꿈의 내용은 신부로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꿈속에서 나는 엉뚱하게도 전자제품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직원들과 함께 대리점의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결산을 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점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 문제점이란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한 푼이라도 더 벌 욕심으로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부당이익을 취했던 것이다. 이 문제를 두고 부당이익은 어떤 방법으로든 사회로 환원되어야 한다는 직원들의 주장과, 사회 풍조와 본사의 운영지침을 내세워 내 자신이 원하는 사업에 사용하겠다는 나 자신의 주장이 대립되면서 옥신각신하다 잠에서 깨여났다.

잠에서 깨어나 사순절을 시작하면서 재미있는 꿈을 꾸었다 생각하며 꿈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물론 인간이기 때문에 잘못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자신의 잘못을 발견했을 때 그것을 바로 잡는 행위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꿈속에서의 문제는 욕심을 포기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신앙인으로서 사회풍조를 따라 가는것이 아니라 개선 시키도록 노력해야하고, 본사의 운영지침은 전면 재고 되어야 하며、잘못된 방법으로 취한 이익은 보상하고 보속하는 방법으로 사용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사용이 되대 자신의 편에서 어떤 특별한 사람들의 상대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위해 사용이 되어서는 안되며、절대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그것도 그러한 이익이 있도록 제품을 사준 사람들을 위한 선익 사업에 사용이 되어야 한다.

비록 꿈이지만 나 자신의 신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뀐 이꿈과 부제 서품후『부제님은 이제 하느님의 사람으로서의 길을 시작했습니다. 남자가 한번 시작한길 끝까지 잘 살아야지요. 잘살자신이 없으면 더 늦기전에 지금이라도 그만두십시오』하신 아버님의 말씀을 되새기면서 이 사순절에 나 자신을 성찰해 본다. 사제로서의 삶과 다른방향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부수적으로 필요한 인간적인것 때문에 사제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본질적인 것을 망각하고 있는것은 아닌가? 그분의 수난을 묵상하는 이 사순절 동안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간것이 있다면 제자리를 찾도록 좀더 노력해야 하겠다. 주님께서는 내 자신에게 본래의 제자리를 찾아주시고자 고통받으시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본연의 제자리를 찾아 사제로서의 소명에 맞는 생활에 충실할 때 잠도 잘 오리라. 잘 때 자고 일어날 때 일어나는 단순함 속에서 한없이 베푸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그분의 섭리를 깨달을 수 있도록 하자. 잠을 잘 자야 아침에 잘 일어날 수 있듯이、이 사순절 회개를 통해 제자리를 찾아 잘 보내야 부활의 기쁨도 깊으리라. 이 밤도 하느님께서 지켜주시어 새 날에 주님을 찬미할 수 있는 은혜를 청하며 편히 쉬자.

신성근 신부 (주교회의 사무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