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사목단상] 주일파공ㆍ금육, 법보다 사랑 실천이 더 중요 / 변갑선 신부

변갑선 신부 (대전교구 가양2동 주임)
입력일 2019-05-08 수정일 2019-05-08 발행일 1990-03-11 제 1695호 5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주일 성화 의무에 대한 철저한 교육 절실    
율법주의적 사고 탈피해야
어버이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과 같이 교회가 신자들을 이해하고 도와 준다는 뜻으로 교회를 자모이신 성교회라고 했다. 신자들을 가르치고 구원의 길로 안전하게 인도하는 성직자들과 교계도 명령보다는 사랑으로 그들을 대하고 지도해야함은 당연한 일이다. 신자들이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기위해서는 하느님의 말씀과 계명을 잘 지키는데 도움을 주기 위하여 보다 상세한 규범들을 정하여 지키게 할수 있으니 이 규범들을 교회법이라 한다.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라는 주님의 계명을 잘 지키고 성화를 이루기 위하여 교회는 주일날엔 미사에 참여하고 노동하지 말라는 파공법을 선포했다. 그리고 주님께서 가난하게 사시고 극기하시며 고행하신 표양을 잘 따르고 수양을 쌓고 마음의 자유를 얻기 위하여 어느날은 한끼나 단식을 하거나 생선을 제외한 육식을 삼가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금식과 금육의 법이 발육기의 어린이들이나 소년들과 노약자들에게 건강상 지장이 있을까 하여 염려한 나머지 금육재는 14세부터 죽을 때까지 지키고 단식재는 18세부터 60세까지만 지키라고 한다. 그동안 우리 한국들은 생활이 어렵고 고달프다는 이유로 주교회의에서는 파공법을 관면하고 금육법은 사순시기에만 지키도록 지시했었다. 그런데 지난해 추계 주교회의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올림픽도 성공했듯이 생활이 좋아지고, 세계성체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듯이 신앙도 두터워졌으니 이상의 법들을 금년 사순시기부터 정상적으로 지켜야 한다고 담화문을 발표했다. 담화문이 발표되자 어떤신자들은 불만스럽게 말하는 때도있다. 왜냐하면 올림픽을 성공했다고 하지만 잘 살게 된 국민이 얼마나 되느냐 하는 것이다 . 더 많은 사람들이 살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체대회를 성공적으로 거행한것은 사실이나 신자들의 신앙은 신자수가 오늘에 비교하여 적었을 때 더 순수하고 두터웠던 것이 사실이다.교 회에서 다시 선포하는 법들을 정신과 목적에 따라서 잘 지키도록 노력해야 하는 방면 생활이 고달프고 어렵게 사는 신자들을 이해하고 관용적으로 대하고 지도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주일날 일하고 싶어서 혹은 놀기가 싫어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주일날까지 처자식을 부양하기 위하여 농장이나 공장에 나가서 일하고 장사를 하는 신자들에게 그 일을 하지 말라고 하는 대신에 사랑을 실천 하라고 지도해야 할것이다.

사실 살기가 어려워서 주일 일하는 신자, 예컨대 택시운전사 보다는 생활의 여유가 있는 신자, 예컨대 회사 사장이나 의사들에게 주일성화의 문제는 더 크다고 본다. 주일날 직장에 나가지 않을 만큼 여유있는 분들이 주일미사를 권하는 확률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 말은 현실적으로 보아서 주일에 일을 하지 말라는 지시보다는 주일성화의 의무와 보람에 대해서 철저히 교육을 해야 한다는것이다.

파공법의 준수 문제를 잘 이해하기 위하여 주님께서 비판하시고 지적하신 율법주의자들, 즉 바리사이파사람들의 사고 방식을 회상할 필요가 있다. 율법주의자들은 겉으로 보기에 법을 잘 지키고 착한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었음이 성경에 잘 기록되어 있다. 다만 그들은 법의 정신과 목적을 잘모르고 생명과 사랑의 법이 몇배 더 중요함을 모르는 자들이었다. 안식일의 파공은 잘 알고있었으나 굶주린 자들의 아픔과 고충은 잘 몰랐기 때문에 안식일날 밤에 들어가 밀이삭을 잘라 먹는이들을 비판하다 주님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위의 예는 신자들에게 어떤 법령을 선포할때 신자들의 생활조건에 대해서 잘 파악해야 한다는 뜻을 깨우쳐 주고 있다. 올림픽성공을 말하면서 생활수준이 높아졌다고 운운할 때 생활이 더 어려워진 시민들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차가 필요한 시대가 왔다고 말하는것은 좋으나 차를 가진 사람이 소수인 본당이나 지역임을 감안하고 말하는것이 지성인다운 발언인 것과 같다.

욕심과 이기심을 이기고 자유인간이 되기 위하여 정당한 것도 멀리하고 극기하고 고행해야 한다는 것은 다 이해할수 있다. 부질없는 경향과 유혹을 물리치기위하여 육신을 괴롭히고 단식까지 해야함도 이해가 간다. 그리고 물질에 대한 욕심에 눈이 어두워지고 즐기고 놀자판에 주일까지 주님을 잊어버리는 가련한 신자들을 깨우치고 도와주기 위하여 단식재나 금육재와 파공법을 강조해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이해가 간다.

정신없이 살면서 먹고, 마시고, 놀고, 일하다 보면 자신의 수양이나 신앙에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배려도 다 망각할수 있기때문에 이런 법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려는긍정적인 의미가 있는것이다.

그러므로 이상의 법들을 선포하고 지키라고 강조할때 위반하면 죄를 범하게 된다는 식으로 가르치기보다는 이 법들의 정신과 긍정적인 의미를 잘 깨우치도록 지도해야 한다.그리고 이상의 법들 보다는 사랑의 실천이 더 중요함을 깨우쳐 처자식을 부양하기 위하여 택시나 대중식당이나 포장마차와 같은 가장 밑바닥의 일을 하는 신자들을 격려하고 이분들은 주일날 일을 하는 것은 주님과 함께 십자가를 지고 사랑의 법을 준수하는 것이며 이들이야말로 주님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자들임을 깨우쳐야 한다.이와 같은 뜻을 깨우치지 못하면 주일날 해야 할 일을 하고도 고해소에와서 죄아닌 죄를 고백하게 될것이다.결국 율법은 죄만 더 범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물론 생활이 고달픈 신자들도 그런대로 과장이나 변명을 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하며 가능한 특전미사와 생활속에서의 기도와 희생을 바치도록 지도해야 할것이다.

자모이신 성교회는 창설자 주님의 표양을 따라서 서민들의 편에 서서 깨우치고 지도해야 한다.항상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흔히법을 선포하는 측은 법을 지키는 신자들 중에서 보다 생활이 더 여유가 있고 잘 사는 분들과 자주 상대하게 되므로 대중의 실정과 현실을 잊어버리는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교회는 못사는 사람들을 더 관용적으로 대함으로써 명실공히 자모이신 성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할것이다.

변갑선 신부 (대전교구 가양2동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