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펀펀 사회교리] (67) 원수인 돈을 사랑하자 ①

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
입력일 2018-04-24 수정일 2018-04-24 발행일 2018-04-29 제 3092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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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대하는 인간의 근본적 자세
하느님 뜻에 부합하는지 생각해야
‘원수’인 돈 때문에 벌어지는 각종 안타까운 사건들 많아
물질·제도 부족 탓하기 전에 신앙인의 자세 먼저 돌아봐야

“으이구, 돈이 원수지 원수야!”

아침부터 베드로가 신문을 들고 구시렁대고 있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신문 기사를 들이대며 비장한 듯 말을 한다.

“신부님 좀 보십시오. 그놈의 돈 때문에 또 이렇게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지 뭡니까!”

[4년 전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사건’과 유사한 모녀 사망 사건이 충북 증평에서 발생,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남편과 사별하고 빚 독촉에 시달리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40대 여성이 4살 난 어린 딸과 함께 숨진 지 두 달여 만에 발견됐다.](2018년 4월 8일 연합뉴스)

신문기사를 찬찬히 보던 백 신부가 혀를 차며 말한다.

“그러네요. 돈이 원수네요. 제가 지난주에 동물 복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사람에 대한 복지가 우선 되어야 한다는 말을 했던 기억나시죠?!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복지 사각지대가 심각하게 많습니다. 4년 전 ‘세 모녀’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보장체계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안타까운 선택을 했지 않습니까? 그리고 1년쯤 지나서 ‘국민기초 생활 보장법’을 ‘맞춤형 급여 제도’로 개정했기에 이런 일이 더 이상 없으리라 기대했었는데….”

“신부님, 우리도 복지에 대한 일을 하고 있지만, 재원부족이라든지 인력부족 때문에 복지 대상자를 찾아 가기가 힘든 실정 아닙니까? 또 지자체나 정부에서 제시하는 복지혜택 대상자 선정 기준이 너무 까다롭기도 하구요. 이래저래 참 쉽지가 않습니다.”

“베드로씨 말씀이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 신앙인들은 그런 물질적 부족함이나 제도의 부족한 점만 한탄하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돈을 대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자세가 하느님 뜻에 부합하는지를 먼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돈을 대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자세라…. 흠, 사회교리로서의 돈 문제인가요? 역시 신부님은 주제 선정을 하는 능력이 신기하리 만치 탁월하십니다. 사회교리 분야가 아닌 것 같은데, 이야기하다보면 사회교리가 맞으니 말입니다. 어쨌든 지면 그만 잡아먹고 이야기 계속 하시죠.”

“하하, 이야기 시작합니다. 먼저 돈의 역사를 알아보고, 이어서 성경 말씀을 들어보아야겠습니다. 그리고 하느님 나라와 돈에 관해서 묵상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제목이 왜 ‘원수인 돈을 사랑하자’냐고요? 마태오복음서 5장 44절 중에,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처음에 말했듯이 돈이 원수 아닙니까? 사람들은 가끔 지긋지긋하게 싫은 것들을 원수로 여기고 삽니다. 그러면서도 또 그 지긋지긋한 원수가 없으면 죽고 못 삽니다. 예를 들어 술만 보더라도 그렇게 술 때문에 집안 망하고 인간관계 다 깨어지고 고생고생하고도 또 그놈의 원수인 술을 사랑하죠. 우리는 돈, 술, 담배…. 그 원수들을 사랑하고야 맙니다. 아이고, 지긋지긋해라!”

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