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펀펀 사회교리] (65) 개 합니꺼? ②

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
입력일 2018-04-10 수정일 2018-04-11 발행일 2018-04-15 제 3090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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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지나치면 폐해 생기기 마련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변화로 최근 개고기 식용 많이 줄어
사제들도 먹지 않는 경우 많아
지나친 육식문화도 문제지만 과도한 동물사랑도 경계해야

“개고기를 먹는 것이 단순한 몸보신이나 맛으로 먹는 것만은 아니었음을 아시겠지요? 물론 맛도 좋고 몸에도 좋다는 견해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견해를 요즘 와서 믿지 않습니다. 신부님들이 개고기를 많이 드시고, 신부님들이 개고기를 먹기 때문에 신자나 일반인들에게 개고기 식용에 관한 정당성을 부여할 소지가 있음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특히 젊은 신부님들부터 개고기를 잘 안 먹습니다. 개고기 식용에 대한 신부님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부활이나 대축일을 축하하던 역사에 대한 기억마저 희미해지고 있는 것 또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개고기를 먹고 안 먹고를 떠나서 그 정신만은 살려야 할 텐데요.”

개고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침을 삼키고 심지어 마지막 말을 할 때는 아련한 추억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백 신부의 모습에 베드로가 반신반의하며 묻는다.

“신부님, 정말 요즘 개고기 안 드시는 것 맞죠? 혹시 독자들이 보고 있어서 거짓말 하시는 것 아니죠? 이거 들통 나면 걷잡을 수 없습니다.”

“하하, 베드로씨. 사람 곤란하게 왜 이러십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시지…. 그건 그렇고, 이제 우리도 잘 살게 되니까 개고기 아니라도 먹을 고기가 많아졌기에 성당에서도 개고기를 먹는 것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물복지’를 생각한다면 개고기뿐 아니라 육식을 최소화하면 좋겠습니다. 고기를 영 안 먹을 수는 없겠지만 너무 과도하게 먹는 것은 우리 몸과 지구 환경에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외로운 현대인에게 ‘반려동물’이 주는 위로는 매우 큽니다. 그만큼 동물에 대한 복지도 생각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개나 고양이 또는 다른 반려동물들을 단순히 동물로 보기 보다는 또 하나의 가족으로 보는 분들이 엄청 많아졌습니다. 저 또한 집사로서 ‘뭉치’라는 거무죽죽한 고양이 한 마리를 모시고 삽니다.(키우는 게 아니고 모시는 게 정확합니다. 에휴~) 하지만 너무 과도한 동물 사랑 또한 경계해야겠습니다. 아직 세상에는 배고픈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그들에게 돌아가야 할 나눔이 동물 때문에 가로막히거나 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역사를 뒤져보면, 18세기 파리의 한 인쇄소에서 일어난 ‘고양이 대학살’에 대해 이야기가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인쇄소 주인이 ‘그리스’라는 고양이를 애지중지 키웠는데, 노동자들이 그 고양이 보다 못한 취급을 받게 되면서 쌓인 불만이 폭발했답니다. 급기야 주인집 고양이 ‘그리스’뿐 아니라 애꿎은 길고양이까지 잡아다가 부부가 보는 앞에서 죽이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고양이를 죽이는 것을 ‘천민자본주의’에 대한 반발의 상징적 행동으로 표출한 것입니다. 인쇄공 중 한 명인 ‘콩타’라는 사람은 ‘주인들은 고양이를 사랑한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고양이를 증오한다’라는 말까지 기록하였을 정도입니다. 무엇이든지 너무 지나치면 폐해가 있겠죠?”

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