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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평화나눔포럼 특집] 중동·동유럽교회 주교단 방한 이모저모

이주연 기자, 서상덕 기자, 방준식 기자, 박지순 기자, 박원희 기자
입력일 2016-08-24 수정일 2016-08-24 발행일 2016-08-28 제 3009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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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아픔 느낀 우리는 ‘한 형제’… 순교자에 큰 관심 보여

한국을 찾은 중동과 동유럽 주교들이 8월 19일 파주 참회와속죄의성당에서 DMZ국제청년평화순례단과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16 한반도평화나눔포럼’은 국가적인 분쟁과 갈등을 겪은 중동과 동유럽교회 지도자들이 참석해 화제를 낳았다. 분단 상황에 놓인 한국 사회와 교회에 동병상련의 정을 느끼면서 남북 분열과 대립 극복의 지혜와 영성을 전해 준 주교단의 행적을 되돌아본다.

■ 이색적인 동방 가톨릭교회 수장

◎… 방한한 해외교회 지도자들 가운데 동방 가톨릭교회 수장 라이 추기경은 단연 관심의 대상. 8월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라이 추기경은 복장에서부터 이목을 끌었다. 일반적으로 추기경들이 쓰는 붉은색 주케토가 아닌 검정색 모자를 썼고 단추가 드러나지 않는 치렁치렁한 복장을 했다.

라이 추기경은 8월 18일 서울 당고개순교성지와 19일 파주 참회와속죄의성당, 21일 서울 절두산순교성지에서 미사를 집전할 때도 동방교회 제의를 입었다.

■ 한국 순교자들에게 깊은 감명 받아

◎… 한국 방문 기간 중 주교들은 한국교회 순교자들에게 깊은 감명을 받은 모습.

라이 추기경과 호체바르 대주교, 코마리챠 주교 등은 입국 다음날인 8월 18일 오전 9시 여독도 풀지 못한 채 서울 당고개순교성지를 찾았다. 한국에서의 첫 일정이었다.

당고개순교성지 주임 권철호 신부는 기해박해 때 이곳에서 순교해 1984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시성된 이인덕(마리아) 등 9명의 성인, 애끓는 모정을 이기지 못해 배교했다는 이유로 2014년에야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복녀가 된 이성례(마리아)의 순교사를 소개했다. 성지에서 미사를 주례한 호체바르 대주교는 “순교자들 사연이 마음 깊이 와 닿는다”고 밝혔다.

◎… 당고개순교성지에 이어 향한 곳은 한국교회 최대 성지 중 한 곳인 서울 절두산순교성지. 8월 18일 오전 9시30분경 한국에 들어온 풀리치 추기경은 인천공항에서 곧바로 절두산순교성지로 이동해 오전 10시50분경 라이 추기경 일행과 반갑게 조우했다. 이들은 대성전 제대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한 뒤 성인들의 유해가 안치된 성해실에서 ‘살베 레지나’(Salve Regina)를 합창했다. 성해실을 나와 유물 전시실을 찾은 일행은 박해 역사가 담긴 성화와 순교자들의 성물 등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 이날 오후 2시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서 마련된 2016 한반도평화나눔포럼 공식 기자회견 후에도 성신교정 잔디밭에 마련된 ‘내 마음의 북녘본당 갖기’ 사진전을 둘러보며 박해에 굴하지 않고 기꺼이 목숨을 바친 북녘교회 순교자들에게 찬미를 드렸다.

■ 청년들과 함께한 주교단

◎… 주교단은 ‘2016 세계 평화의 바람’의 일환으로 최전방 일대에서 진행된 DMZ국제청년평화순례(8월 13~19일)에 참가한 청년들을 만나 평화를 위한 일꾼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19일 오전 남북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을 방문한 주교단은 오후 1시 파주 참회와속죄의성당에서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와 함께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 도중 DMZ국제청년평화순례를 끝낸 청년들과 첫 만남이 이뤄졌다. 안톤 얌닉 주교는 8월 17~18일 청년들과 DMZ순례에 동참해 이날 미사에서도 반갑게 청년들을 맞이했다. 라이 추기경은 미사에서 “교회는 여러분과 같은 젊은이들에게 역사의 새 페이지를 넘기길 바라고 있다”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이루는 사랑이라는 새 언어로 말하는 젊은이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호체바르 대주교는 미사가 끝난 뒤 세르비아에서 DMZ순례에 참가한 안나 마리아(23)양과 만나 “우리 세르비아 출신 청년”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자랑스러워했다.

◎… 주교단은 8월 19일 오후 5시 가톨릭대 성신교정에서 열린 2016 한반도평화나눔포럼 전야제에도 DMZ순례에 참가한 청년들을 초대했다. 21일 오후 4시에는 성신교정 본관 3층에서 ‘가톨릭 청년 특별대담, 평화가 젊은이와 함께’에 참여해 서울대교구 북한·통일문제 청년 연구자 모임인 ‘토마스회’ 회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 시간을 가졌다.

■ 아픔의 역사 간직한 한국서 평화 외치다

◎… 한국에서 주일을 맞은 주교들은 한국 신자들과 미사를 봉헌하며 화해와 일치를 위한 지혜를 들려줬다. 8월 21일 오전 11시 서울 대치동본당 교중미사를 함께 봉헌한 스타니슬라브 호체바르 대주교는 만나는 어린이마다 일일이 안수하며 지극한 사랑을 표했다.

같은 시간 대치2동본당 교중미사를 주례한 안톤 얌닉 주교는 강론을 통해 평화포럼 참석 체험담을 들려주며 “DMZ 순례 등을 통해 바라본 북한 땅이 너무 가까워서 놀랐다”면서 “우리가 예수님 안에 살고 또 예수님이 우리 안에 계심을 고백하고 함께 기도한다면 평화를 구현하는 일은 절대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프란요 코마리챠 주교도 이날 오전 서울 역삼동본당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코마리챠 주교는 미사 전 “나의 조국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갈등과 반목으로 고통 받고 있다”며 “그리스도와 함께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하자”고 말해 신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코마리챠 주교는 이날 미사 중 열린 임신부·태아 축복식에서 5쌍의 부부에게 안수하며 축복했다.

8월 18일 서울 절두산순교성지를 찾은 주교단이 성해실에서 기도를 바치고 있다.

중동과 동유럽 주교들이 8월 21일 가톨릭대 성신교정에서 가톨릭 청년들과 특별대담 시간을 갖고 있다.

8월 21일 서울 대치2동본당을 찾은 안톤 얌닉 주교가 한 어린이에게 반가움을 표시하고 있다.

프란요 코마리챠 주교가 8월 21일 서울 역삼동성당에서 임신부에게 안수를 통해 축복하고 있다.

이주연 기자, 서상덕 기자, 방준식 기자, 박지순 기자, 박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