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구청 사람들] 1. 수원교구 사무처 행정실

이승환 기자
입력일 2009-01-11 수정일 2009-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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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 전반적인 활동 총괄

공문발송 등 17개분야 50여개 업무 수행

효율적이고 정확한 행정업무 위해 구슬땀

가톨릭신문 수원교구는 새해를 맞아 교구 주요 업무를 일선에서 담당하며 교구 복음화를 위해 땀 흘리고 있는 이들을 만나는 기획 ‘교구청 사람들’을 시작합니다.

‘교구청 사람들’은 교구청 각 부서의 업무를 소개할 뿐 아니라 교구 직원이자 신앙인으로 살아가며 교회 발전에 힘을 다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할 예정입니다. 그들이 흘리는 땀 한 방울 한 방울이 교구발전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는 현장을 새 기획을 통해 엿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가 만난 첫 교구청 사람들은 교구 사무처 ‘행정실’ 일꾼들입니다.

오전 10시. 사무처 행정실 직원들의 손놀림이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김동희(비비안나) 부장은 엊그제 열린 대리구장 회의 결과를 작성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김미선(안나) 계장이 한 손으로는 수화기를 붙들고 한 손으로는 문서접수대장을 바삐 넘기며 누군가와 통화중이다. 10분 째다. 행정실 막내 이보람(레지나)씨는 정자동주교좌성당 리모델링 공사에 도움을 준 은인에게 전할 공로패 문안 작성에 한창이다.

통화가 끝나고 잠시 조용하다 싶었는데 또 다시 걸려오는 전화. 책상 위에는 문서접수대장이며 지출결의서, 공문들이 수북하다. 행정실의 오전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잠시 숨을 돌렸다. 8시에 출근, 아침미사를 봉헌하고 9시부터 업무를 시작했으니 근 두 시간 만이다.

“사무처는 교구 전체 부서의 업무를 총괄하고 우리 행정실은 세부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죠. 행정이 원활하지 않으면 모든 교구 업무가 마비될 수밖에 없어요. 정확하고 신속해야 합니다.”

사실 교구 복음화지침서에 담긴 행정실 업무목록을 보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일을 하지’라고 놀랄 만하다. 김동희 부장은 교구 전체 부서의 업무를 총괄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업무의 일부분 일 뿐. 성직자 신상업무부터 교구와 수도회 인·허가, 포상, 증서발급, 교구 회의 준비 등등 17개 분야에 사업내용은 50여개를 훌쩍 넘는다.

말 그대로 교구의 온갖 손 많이 가는 일은 다 담당하고 있는 것. 게다가 공문 발송이나 증명서 발급 등은 교구 각 본당·대리구와 몇 번이고 통화를 하고 조율해 이뤄지는 일이라 그만큼 절차도 복잡하고 품도 많이 든다.

“행정은 곧 파워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행정실의 힘이 막강하다는 뜻이라고 볼 수 없어요. 효율적이고 정확한 행정업무가 이뤄져야만 교구의 모든 대소사가 힘을 얻고 원활히 진행된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죠.”

올해로 29년째 교구청에 몸담고 있는 김동희 부장의 이야기에서 행정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책임감을 엿볼 수 있다. 30년 가까이 행정업무를 담당하며 잔뼈가 굵었지만 김부장의 책상에는 매일, 매달 해야 할 업무가 노란색 메모지에 가득 적혀 있다. 한 가지 업무라도 놓친다면 행정실 업무가 누락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교구 업무 전체가 마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매일, 매달, 매년 반복되는 일이라 몇 년이면 익숙해지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행정실은 하루 먼저, 한 주 먼저, 한 해 먼저 맡은 업무를 끝마쳐야 한다. 한 주 후 열릴 회의 준비며 한 달 후 열릴 행사 계획도 미리 작성해 놔야 한다. 가깝게는 매일 다른 교구청 직원들보다 먼저 마이크 앞에 서 기도를 봉헌한다.

11시 59분. 아직도 마치지 못한 업무가 산더미 같지만 김미선 계장과 이보람씨가 마이크 앞에 섰다. 삼종기도며 일을 시작하고 마치는 기도까지 행정실 직원들의 몫이다. 녹음된 기도를 그냥 틀어놓는 줄만 알았던 기자에게도 뜻밖의 풍경이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 업무에 들어가기 전 짬을 냈다. 신앙을 가진 신자이면서도 교구청이라는 직장에서 일한다는 것은 이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주변에서 신기해하죠. 신부님들과 함께 일한다는 이야기에 다른 세상일 거 같다는 친구들이 많아요. 성당을 함께 다닌 친구들의 동경을 받기도 하죠. 한편으로는 신자로서 교구의 일을 한다는 것에 있어 보람도 있지만 부담도 많아요.”

2005년부터 4년째 행정실에서 일하고 있는 이보람씨의 말이다. 김동희 부장이 덧붙인다.

“누가 아침에 와서 주교님, 신부님들과 매일 미사 드리고 일할 수 있겠어요. 신자로서 정말 행운이고 복 받은 거라 생각해요. 우리의 작은 일 하나하나가 신자 분들이 신앙생활을 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열심히 일하려고 다짐합니다.”

취재를 마치며 행정실 업무일지를 슬쩍 들춰봤다. A4지 한 장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란 하루 업무가 빼곡히 적혀 있다.

‘신년하례식 준비 계획 및 시달’, ‘2009년 승진대상 직원 평가서 채점 작성중’, ‘인류복음화성 실행위원회 회의내용, 파일정리’, ‘2009년 예산 수정’, ‘직원채용청원(벌말, 철산)’, ‘2009년 급여보고 접수(죽전1동)’…

◆사무처장 이영배 신부

“원활한 교구 운영 돕는데 최선”

“사무처는 교구의 전반적인 움직임을 총괄하는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모든 교구 행정업무의 처음이자 마지막 역할을 하고 있죠. 중요함만큼 책임감도 크고 교구 모든 부서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므로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일하고 있습니다.”

사무처장 이영배 신부는 사무처를 “교구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이 이곳에서 시작되고 끝이 난다”는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다고 전한다. 때문에 사무처의 책임을 맡은 사무처장의 업무도 열손가락이 벅찰 만큼 많다. 교구 공증관, 출판 검열관, 비밀문서 취급인, 교구 대변인, 참사회의를 비롯한 중요 회의 운영, 직원 인사관리 등등. 교구 규정집에 수록된 업무만 17가지다.

하지만 이신부는 자신에게 맡겨진 모든 업무가 곧 교구의 활동과 직결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 뿐 아니라 모든 직원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하게 된다고 밝힌다. “사실 모든 사무처의 일은 교구 각 국의 활동을 돕는 것입니다. 사무처의 모든 행정업무가 원활해야만 교구 전체가 똑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겠죠.”

셀 수 없이 많은 업무 탓에 어려움도 있다.

“각 본당과 대리구, 교구청 내 각 국에서 협조를 잘 해줘 행정업무에 있어서는 크게 어려움이 없습니다. 다만 교구 안팎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교구를 대표하는 대변인으로 나서야 할 때는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교구 규모가 커지면서 행정업무 또한 늘어났지만 직원들의 수가 예전 그대로인 것도 어려움의 하나다. 하지만 이신부는 “사무처 행정실의 경우 세 명의 직원이 그렇게 엄청난 업무를 소화하는 것은 기적”이라며 “힘든 업무를 묵묵히 수행하면서도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제 업무에 있어서도 도움을 주는 직원들이 있어 더욱 힘을 낸다”고 전했다.

“사무처장으로 일하며 제가 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해주시는 것임을 매번 깨닫습니다. 또 아버지와 형님처럼 이끌어주시는 주교님들과 일치라는 단어를 드러내는 교구청 신부님들과 교구 사제단에게 사무처장으로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분들이 계시기에 우리 사무처가 안심하고 편안하게 열심히 일할 수 있습니다.”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