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2024년 부활 ‘우르비 엣 오르비’ 발표…전쟁과 분쟁 중단 호소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님 부활 대축일인 3월 31일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미사를 주례하고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에게 “세계 도처에 있는 ‘전쟁의 돌들’(The Stones of War)을 굴려 없애 버리자”고 호소했다.
교황이 주례한 주님 부활 대축일 낮미사에는 약 3만 명이 참례했으며,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발표한 부활 메시지를 듣기 위해 정오까지 성 베드로 광장 주변에 6만 명의 군중이 운집했다.
교황은 “예수님께서 부활의 아침에 무덤을 막고 있던 돌을 치우셨던 것처럼, 오직 그리스도만이 생명으로 향하는 길을 막고, 인간성을 전쟁과 불의 안에 가두는 돌을 굴려 없앨 권능을 갖고 계시다”며 “예수님께서 부활을 통해 우리가 전 세계에 전쟁을 확산시키면서 늘 닫아 놓은 문을 열어 주신다”고 말했다. 이어 “오직 부활하신 그리스도만이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심으로써 새로워진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교황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레바논, 아이티, 미얀마, 수단, 모잠비크 등 전 세계 전쟁과 갈등 지역에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평화를 가져다 주시길 기원하면서 “국제법의 원칙들을 존중하는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모든 이를 위하여 모든 포로들을 석방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제기구들은 가자 지구에 대한 인도적인 구호를 실시하고, 인질로 잡혀 있는 이들에 대한 석방과 즉각적인 전투행위 중단이 이뤄지도록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전쟁은 언제나 부조리이자 패배인 만큼 무기와 재무장의 논리에 굴복하지 말자”면서 “평화는 결코 무기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내민 손과 열린 마음으로 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중간 중간 목소리를 가다듬으면서도 준비한 부활 메시지 전체를 직접 읽었다.
교황은 계속해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폭력과 갈등, 식량 부족,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지역에 사는 모든 이들, 모든 형태의 테러 희생자들에게도 희망과 위로의 길을 열어 주시기를 기도한다”며 “악행을 저지른 이들의 반성과 회개를 위해서도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교황은 또한 하느님의 아들인 그리스도의 부활로 인간에게 새 생명이 주어졌다는 것에서 부활의 의미를 찾으며 “오늘날 얼마나 많은 귀중한 생명들이 무시당하고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진 뒤 세상에 태어나지 못하는 태아들,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이들, 필수적인 돌봄을 받지 못하는 이들, 학대 피해자들을 상기시켰다. 교황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빛이 이주민과 경제 위기에 처한 이들에게도 위로와 소망의 원천이 되기를 기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