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서울 명동 1898광장서 4년 2개월간 ‘요갤러리’ 운영한 조성지 관장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12-29 수정일 2021-12-29 발행일 2022-01-02 제 3276호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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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과 함께 관객 기다리고 있을게요”

100여 회 전시 진행하며 노력
복음·청소년 프로젝트는 계속

“어느 곳에 가든 복음 안에서 날마다 새로워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디아트플랜트 요갤러리 조성지(마리아 막달레나) 관장은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지하 1898광장에서 갤러리를 정리하며 복음에 기대 새롭게 거듭날 것을 다짐했다.

미술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 복합공간으로서 정체성을 다지며 2017년 11월 1898광장에 문을 연 요갤러리는 2021년 12월까지 4년 2개월간 100회가 넘는 전시를 진행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 조 관장은 “온전히 모든 일을 혼자 도맡아 진행하고 책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며 1898광장에서의 다사다난했던 시간을 회상했다.

미술비평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국내외 전시 기획과 다채로운 문화예술 공간을 운영한 경력이 있었지만, 홀로서기는 1898광장에서가 처음인 셈이었다.

“너무 자만심이 컸던 것 같아요. 4년간 현실을 제대로 직면했습니다. 청소부터 전시 진행, 관객 대응까지 혼자 갤러리를 운영해보니 무엇하나 쉬운 게 없더라고요. 덕분에 한층 성숙해진 것 같습니다.”

특히 상업 갤러리인 요갤러리가 교회 내에 자리 잡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복음에 대한 열정으로 교회 전문 갤러리 못지않은 성과를 이뤘다. 가톨릭, 개신교, 불교 작가들을 비롯해 종교가 없는 작가도 한데 모아 복음 통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성서100주간을 하면서 받은 감명이 너무 컸습니다. 그 형식을 빌려 전시를 진행해도 좋겠다 싶었어요. 복음을 통독하고 서로 나눔을 하면서 거기서 느낀 바를 그림으로 표현해 전시하는 것이죠. 놀랍게도 다른 종교를 가진 작가들도 선뜻 동참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주셨어요.”

그렇게 총 6명 작가들이 루카 복음을 주제로 한 복음 통독 프로젝트 전시를 지난 5~6월 개최했다. 조 관장은 “갤러리를 이전해도 나머지 복음들을 가지고 복음 통독 프로젝트 전시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한 그는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도 컸다. 작가들과 함께 예술적 메시지를 가지고 공감대를 키워가는 교육 프로그램 ‘아름다운 탐구생활 프로젝트’를 개발해 시립서울청소년센터와 MOU를 맺었다. 그는 “반항심이 컸던 청소년들이 교육 후 먼저 담배를 끊어보겠다는 약속을 하는 등 생각지 못한 좋은 반응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올해까지였던 MOU는 센터의 요청으로 연장하게 됐다.

“힘들다고 투정만 부린 것 같은데, 되돌아보니 감사한 일들이 참 많았네요. 이곳을 떠난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앞서지만, 주님 안에서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드러내니 마음은 참 편안합니다. 그동안 부족했던 저를 이해해주시고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그저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복음 안에서 늘 새로워지기 위해 노력해야죠. 그렇게 어딘가에서 좋은 작품들로 또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