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아가페] 사랑 어린 한 조각 빵 / 홍 시길린데 수녀

홍 시길린데 수녀· 대구 성베네딕또 수녀원
입력일 2021-03-01 15:33:28 수정일 2021-03-01 15:33:28 발행일 1970-12-20 제 747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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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25 당시 이북 공산당 치하에서 5년 동안 감옥살이 하신 외국 수녀님께 들은 미담 한 토막….

1950년도 저문 12월. 차디찬 감방에서 오랫동안 굶주림과 헐벗음에 지친 가난한 여인들이어도 하느님께 바치는 찬미의 노랫소리만은 낭랑하기만 했던 어느날 인민군 간수가 간호수녀를 찾는 것이다. 이유인즉 그 감옥에서 멀리 떨어진 산중턱에서 중노동에 시달려 숨져 가는 거룩한 죄수들인 수사신부님들을 치료하러 가야 한다는 것이다. 먼 길이었기에 중도에서 점심시간이 되었다. 간수는 자기를 위해 준비해온 점심으로「짬」과「버터」를 바른 먹음직스런 빵을 내놓고는 혼자 먹기가 미안하던지 간호수녀에게 한 조각을 주면서『당신은 지금 얼마나 굶주리고 있는지 잘 압니다.』고 했다. 돌덩이라도 빵 같이 보일 만큼 굶주림에 허덕인 판인데 간수가 주는 빵을 받아들었을 때 얼마나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을까? 그런데도 먹지 않고 수건에 싸서 주머니에 넣었다. 이걸 본 간수는 이상히 여겨『지금이 점심시간이고 또 당신은 몹시 배고플 텐데 왜 먹지않소?』라고 물으니 수녀님은 야윈 모습에 미소띈 표정으로 나직히 대답하시는 것이었다.『산에 가면 이 빵을 저보다 더 필요로 하시는 분이 계실 것입니다』라고. 과연 산에 다달았을 때 그 빵은 아주 요긴히 어느 수사님에게 주어졌다. 며칠 후 수녀들이 있는 감옥으로 돌아온 간수는 다른 수녀들에게 감격한 어조로『당신들은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우정. 아니 동무를 가지고 있소』라고 했다. 이 미담의 주인공 수녀님은 오늘도 우리 곁에서 가난한 병자들의 어머님으로 참된 사랑의 향기를 발하고 있어 흐뭇한 마음을 갖게 한다.

배불리 먹고서도 욕심을 부리며 불만을 터뜨리는 우리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얘기 같아 얼굴이 달아 오른다.

이 해도 막바지 12월이다. 아니 주의 임하심을 준비하는 대림절이다. 우리는 너무나 주위에 무관심한 체「나」밖에 모르는 한 해를 보내지 않았나 싶다.

홍 시길린데 수녀· 대구 성베네딕또 수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