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신자 사병들, 교회 서적 애타게 찾으나 …

이건일 기자
입력일 2020-08-11 10:43:06 수정일 2020-08-11 10:43:06 발행일 1972-05-28 제 817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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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서적 너무나 부족한 실정
신자들의 관심이 절실히 요청돼
개신교 서적은 휴지로 남아 돌아


군(軍)에 신부가 파견되어 병사들을 보살펴 온 지 22년. 건군 이래 많은 신부들이 군을 거쳤고 지금은 44명의 신부들이 전후방에 산재한 부대를 돌며 병사들과 접촉하고 있지만 2개 사단 1명 꼴인 적은 신부의 손이라 미치지 않는 곳이 수두룩하다.

다행히 70년 후반기부터「전군 신자화 운동」이 전개되면서 종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종래 신부나 목사의 손에만 매달려온 군종활동이 대대급까지 배치된 군종 사병 지휘관들의 성의 있는 협조로 십자가 배지를 단 군종신부를「항공장교」라 부르기도 했던 10여년 전에 비해 일대 전환기를 맞이해 작년 한 해만도 3천여 명이 입교하는「풍성한 결실」을 맺기도 했다.

그러나「영세」가「신앙」으로 자라기엔 어려운 여건 속에 살고 있는 이들인지라 보살피는 신부의 손이 적은 만큼「목마른 하소연」을 후방 교회에 띄우고 있다.

지난 5개월 간「군종후원회」에 보내온「병사들의 소리」를 옮겨 본다.

한 병사가 군종후원회 총재 김 추기경에 보낸 편지.

『어린이 시절 주님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주 앞에 나서기 합당치 못한 몸입니다. 그러나 이제 착한 아들이 되고자 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엔 성당이 없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3년을 보내면 냉담할까 염려됩니다. 추기경님 저를 구해 주십시오. 묵주와 교리책 복음서는 얼마의 금액이면 되겠습니까?』

『매일 저녁 내무반 전우들과 기도를 드립니다. 좀 더 교회에 대한 지식이 풍부했더라면 하고 후회합니다. 제 힘으론 이들에게 교회 서적을 나누어 줄 수 없어 송구스런 부탁을 드리니 메마른 벌판에서 허덕이는 많은 양들을 위해 교회 서적을 좀 보내 주시길…』

3백여 통의 서신 중 공통된 사연은『신앙을 키울 수 있는 교회 서적을 보내 달라』는 것.

원하는 서적은 입문서·주일미사 복음서 교양서 그리고 신자들을 위한 신문 잡지 순이다.

3월에 임관되어 전선에서 소대장을 맡고 있는 어느 장교는 소대원들을 모두 입교시키려 하나 힘이 모자란다면서 이런 사연을 보내 왔다.

『주위에 신자가 약 130명 있습니다. 성당은 부대에서 1시간 가량 걸리는 거리에서 군인으로서 어쩔 수 없습니다. 제가 부임시 가져온 서적은 이미 바닥이 났고 원하는 병사는 많아 안타깝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호소를 보내 오는 사람들은 대대마다 있는「군종사병」들이다.

대개 대신학교 재학 중 입대해 신부가 목사를 도와 군종 일선에 종사하는 이들은 아쉬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 듯 한결같이 나누어 줄 교회 서적을 요구하고 있다.

『일전 보내 주신 책을 나누어 주자 기뻐하는 전우들을 보며 일하는 보람을 느꼈습니다. 저의 작은 뜻을 이루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더 많은 용기를 주시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너무 욕심 부린다는 나무람을 무릅쓰고 교우들이 보고 난 헌 책이나 교회 정기 간행물을 더 청하는 염치없음을 용서하십시오』

이 같은 서적 요청은 신부를 만날 기회가 드문 데서 오는「목마름」을 적시려는 호소이기도 하지만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쏟아지는 개신교 서적에 비해 가톨릭 서적은『눈을 씻고 볼래야 볼 수 없는』데 대한「개탄」을 담기도 한다.

『남아 돌아 휴지로 사용할 지경인 개신교 서적에 비해 교리서 한 권 볼 수 없는 사실을 아신다면 놀라실 겁니다. 집 형편이 허락한다면 제 돈으로라도 마련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신부는 만나기 힘들고 더욱이 미사 참예는 생각지도 못한다는 어느 병사는 이런 사연을 보내면서 가톨릭은 왜 이리 인색한가고 사뭇 한탄조다.

책을 보내 달라는 호소 가운데는 가끔 이런 사연도 있다.

『어릴 때 영세 받고 냉담 중에 지내다 임대했습니다. 철이 들어서인지 이제야 하느님을 보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기도문을 모두 잊었습니다.』

또「사도신경」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면서 답장에 적어 달라는 요청에 담당 수녀가 정성을 들여 적어 보내기도.

현재 군종후원회와 군종신부단은 매달 4천 권 정도의 서적을 보내 주고 있는데 대부분이 팜프렛으로 된 입문서이거나 기도서 미사통상문이고 복음서 교양서 정기 간행물은 수백 부를 넘지 못하고 있어 피차 안타까운 실정이라고 담당자는 말하고 있다.

그러자 8명의 신자가 뭉쳐 전 중대원을 불붙는 신앙인으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병사의 의지가 살아 있는 한 이런 안타까움은 풀기 어려운 일만은 아닐 듯.

이건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