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반사경]

입력일 2020-04-05 14:45:09 수정일 2020-04-05 14:45:09 발행일 1975-09-14 제 977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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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스턴 처칠이 세계를 향해 방송하러 갈 참이었다. 택시를 잡고 방송국으로 가자고 운전자에게 일렀다. 그러자 운전자는 『미안하지만 다른차를 이용해주십시요. 저는 멀리갈 수가 없습니다. 한시간 후면 처칠경의 방송이 있으므로 그것을 꼭 들을려고 그럽니다』고 대답했다. 그 말에 기분이 좋아진 처칠은 1파운드의 돈을 집어주었다. 운전사는 그 지폐를 얼핏 보더니 『타세요 아저씨! 처어칠인지 개떡인지 돈부터 벌고 봐야겠오』▲이 일화는 일화집이면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는 얘기다. 인간의 마음을 돌변시키는 돈의 힘이 잘 나타나 있고, 처칠의 기쁨이 급전직하 하는데 묘미가 있다. 돈이라면 하느님도 웃는다는 영국속담이 있긴 하지만, 이 얘기는 역시 일화로 통하고 있다. 요즘의 영국사정은 어떤지 알 바 없으나, 오늘의 우리사회에선 이 같은 일화가「현실」로 통한다 해도 조금도 과장이 아닐듯 하다. ▲ 무슨 수를 쓰더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들. 거기서 비롯되는 수많은 흉악 범죄들을 보고도 이젠 무감각의 경지에 도달한 느낌이 아닌가. 돈이 모든 악의 근원이요, 최악의 주인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물신주의라는 생소한 단어가 귀에 익어가면서 이 같은 현실은 문자 그대로 현실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부터 이 같은 사회속의 교회도 물신주의에 물들어가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에 어느 여교우가 들려준 실화는 그것을 증명한다. 미사참례를 하지않던 남편을 데리고 성당엘 가는 부인의 기쁜은 너무나 컸다. 남편도 이제 신앙에 귀의할 뜻이 분명해졌기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환희도 순간이었을뿐, 「특별미사를 바쳐야 한다」는 말에 모든 상황은 슬픔으로 돌변하고 말았단다. ▲ 교회내에서 간혹 일어나는 잡음은「돈의 행방」이 묘연함으로써 기인하는 수가 많다. 돈에 대해서 밝지 못하고 그것에 집착하는 그만큼 그 정신은 비참하다. 그 결과도 역시 비참해질 수 밖에 없다. 돈이 말을 하면 원칙이 변칙으로 변하고 진실은 침묵을 강요당한다. 강요된 침묵은 침묵이 아니라 언젠가 그것은 더욱 요란한 소리로 터져나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