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잘 사용하지않는 용어 가운데 친구(親口)라는 말이있다. 그 뜻은 입맞춤, 즉 키스(Kiss)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키스라는 말은 이제 우리말처럼 통용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우리들이 자연스럽게 사용하기에는 약간의 어색함이 없지 않다. 굳이 「男女七歲不同席」까지 들추지 않더라도 우리의 관습은 남이 보는 앞에서 키스라는 행위는 금기사항으로 여겨왔다. 물론 근년에 와서는 키스 전 행위라고 할 수 있는 포옹장면을 공항이나 역 대합실등 공공장소에서도 쉽게 접하곤 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의 영화나 TV의 애정물에서조차 키스장면은 볼이나 이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 입맞춤을 뜻하는 친구(親口)란 『숭경(崇敬)의 대상에 대해 경의를 표하거나 평화와 사랑을 나누기위해 입맞추는 것』으로 정의, 일반적인 키스의 개념과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성서 기록상으로는 얼굴·손·입에 입 맞추는 행위를 혈연·우애·화애·사랑·환영 그리고 「존경과 복종」(사무엘상 10장1절)등의 상징으로 표현, 그 의미가 보다 광범위하게 사용돼왔다. ▼제2차 「바티깐」공의회 이전에는 성직자·수도자·평신도들은 주교에게 인사할 때 무릎을 꿇고 (장궤)주교의 반지에 친구(입맞춤)하는 것을 무한한 광영으로 여겼다. 주교 반지에 대한 친구는 곧 주교에 대한 「존경과 복종」을 외적으로 표현하는 행위 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1967년6월 28일부터 30일까지 열린 주교회의정기총회는 「주교에게 인사할 때 장궤와 반지 친구를 앞으로는 하지 않는다」고 결정, 주교반지 친구제도가 없어진지 만20년이 지났다. ▼주교에게 인사할 때 장궤하고 반지에 친구하지 않는다고 해서 주교의 권위가 반감된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런데 「신자는 신부를 치고 신부는 주교를 치고 주교는 하늘을 보고 가슴을 친다」는 우스개소리가 나돈지 이미 오래이다. 그만큼 주교직분을 수행하기가 어렵다는 의미일 것이다. 주교를 대하는 자세가 무릎을 꿇고 반지에 친구하던 방식은 이제 옛날이야기 이기는 하지만 갈수록 주교의 권위가 반지와 함께 땅에 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