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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소리없는 비명/전기태 기자

전기태 기자
입력일 2019-08-08 11:18:55 수정일 2019-08-08 11:18:55 발행일 1988-05-08 제 1604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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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화면에서 비친 12주된 태아 살해현장

지난 4월 25일 오후 3시 부산 대청동에 있는 성 바오로서원 3층 강의실.

생명의 존엄성을 위한 기도모임에 참석한 가정주부ㆍ여대생 등 30여명의 여성들이 영사기 돌아가는 음향을 배경으로 경악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손에 땀을 쥔 채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영화 제목은「소리 없는 비명」.

12주된 태아가 낙태수술로 살해되고 어머니뱃속에서 제거되는 광경을「초음파 영상기」라는 첨단의 학장비로 포착, 소름끼치도록 생생히 그려내고 있었다.

초음파영상기란 수술대위에 누워있는 산모의 배위에 초음파발신기를 부착시키고 그것을 비디오화면과 연결시킨 것.

이 기재로 태아가 어머니뱃속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으며 심지어 태아의 심장이 발동하는 모습과, 입을 벌리는 모습까지 생생히 볼 수 있다.

수분후면「불귀의 객」이 될 태아는 이런 사실도 모르는 채 천진난만하게 양수속을 이리저리 뒤척이고 있었다.

낙태수술에는 여러 방법이 있으나 12주가량 된 태아를 낙태시키는 데는 음압(陰壓)을 이용하는 방법을 많이 쓴다. 이 방법은 손가락 굵기의 대롱을 자궁(子宮)속에 삽입, 그것과 연결된 바깥의 기계와 자궁속의 압력차이로 태아를 빨아내는 방법.

마침내 길다란 흡입기가 평화스러운 성역을 침범한다. 흡입기가 양수막을 찢으려하자 태아는 자기를 죽이러온 저승사자인 것을 용케도 알고 격렬한 몸부림을 친다. 양수막을 찌고 양수를 다 빨아낸 흡인기는 마치 흡혈귀마냥 태아를 찾아 기웃기웃한다. 태아는 눈물겹도록 처절한 도피운동을 벌이며 입을 벌린채 소리 없는 절규를 한다.

그러나 태아의운명은 이미 정해진 것. 드디어 빨대에 의해 주스가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광경이 벌어지고 만다.

한순간 관람자들의 온몸은 얼어붙어 버린다. 간간이 흐느끼는 소리만이 영사기 돌아가는 소리와 어우러진다.

1만번 가량의 낙태시술을 하고 이 수술을 지켜보던 한 산부인과의사가 영상을 통해 나타난 태아의「소리 없는 절규」를 본 후 수술도중 밖으로 뛰쳐나갔고, 그 뒤부터 낙태수술을 하지 않았다는 이 영화 해설자 버나드 네세이손 박사의「나레이션」이 잔잔히 울린다.

우리나라에서만 1년에 1백 50만명의 태아가 이런 식으로 살해된다고 한다. 또 천주교신자라고 예외가 되지도 않는다고 한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게 낫다」는 옛말이 있듯이 이 영화를 단 한번이라도 보는 신자는 적어도 인간생명을 말살하는 대죄는 범하지 않으리라 여겨진다.

전기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