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정홍규 신부의 환경칼럼 - 자연을 살리자] 16 우리쌀을 먹자

정홍규 신부ㆍ대구 상인본당주임
입력일 2019-06-19 15:41:48 수정일 2019-06-19 15:41:48 발행일 1991-11-17 제 1780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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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보릿고개는 옛말이다. 먹을것이 수두룩하다. 수입식품을 비롯하여 시도때도 없이, 사계절에 관계없이 마음대로 사먹을 수 있다. 자동판매기에 동전만 넣으면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다. 돈만있다면 곰발바닥을 먹는 세상이다. 생사람도 잡아먹는 판에 무엇을 못먹겠는가? 그러나 풍요속에 빈곤이다. 믿고 먹을것이 없다. 이제 밥상이 아니라 독상이다. 온갖 독이 밥상위에 차려져있다. 문제는 아직도 이 땅의 도시빈민들은 밥이 없어 못먹고, 돈푼깨나 있는 사람들은 밥맛이 없어 별것을 다 먹고 있다.

최근에 뷔페후 내다 버리는 음식은 얼마나 많은가? 아직도 이나라에는 점심을 굶는 어린이가 있는데도 말이다.

먹거리중에 먹거리는 밥이다. 우리는 밥을 진지(眞知)라고 했다. 삼시 세끼 먹는 밥은 바로 행복이다. 해월 최시형 선생은 밥 한그릇이 만사지(萬事知)라고까지 했다. 밥 한 그릇을 잘 먹으면 진리가 통한다는 말이다. 심지어 예수께서도 「나는 살아있는 밥, 무엇보다도 너회들의 밥이다」라고 하시면서 식사중에 성체성사를 세우셨다. 우리의 영성체가 바로 진지이고, 만사지이다.

우리는 우리 밥을 먹어야 산다. 그것도 제 땅에서 난 밥을 먹어야 산다. 수입쌀은 우리밥이 아니다. 조선사람은 조선땅에서 나온 먹거리를 먹어야 한다. 심신일여(心身一如)이듯이 신토불이(身土不二)이다. 제땅에서 나온 먹거리를 사먹는 운동, 우리 농산물을 사 먹는 운동은 민족운동이며 생명운동이다.

빵먹는 사람은 이제라도 우리쌀을 먹어주자. 쌀은 남아도는데 수입쌀까지 들여 온다면 농민이 다 죽으라는 소리이다. 그런데 밀은 모자라고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농민들은 절망하고 있다. 우리쌀을 먹자. 외국쌀에는 수은, 방부제, 중금속, 유독물이 들어있다. 그래도 사 먹겠는가? 이제 쌀도 수입해 먹으면 기층민중은 완전히 식민지상태로 전락하고 만다. 물론 수입쌀이 싸다. 그러나 이것은 가격의 문제가 아니다. 생명의 문제이다. 다른 것보다는 농민에게 쌀값을 제대로 주어야한다. 그런데 정부는 만만한 게촌놈인가?

밥한그릇에 삼라만상이 다 들어있다. 쌀 한톨은 농민-땅-지렁이-메뚜기-거미-달의 변화-조수의 변동-사람-태양-비 이모두의 작품이다. 유기적이다. 순환적이다. 그래서 우리쌀을 먹자는 것이다. 그래서 농민도, 도시소비지도, 생태계도 살리자는 것이다.

정홍규 신부ㆍ대구 상인본당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