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고성수도원 유덕현 아빠스

박경희 기자
입력일 2019-03-12 15:23:12 수정일 2019-03-13 09:48:49 발행일 2019-03-17 제 3136호 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하느님께 저의 모든 것을 봉헌하며 사랑 넘치는 공동체 만들겠습니다”
올리베따노 수도회 한국 진출 견인
이번 아빠스좌 승격에 공헌한 200여 봉헌회원들에게도 감사
4월 7일 고성수도원서 감사미사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고성수도원 초대 아빠스로 선출된 유덕현 아빠스. 3월 26일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시에나 베네딕도회 몬테 올리베또의 성 마리아 연합회 총원에서 아빠스 축복식을 갖는다.

“복음을 전하는 표시가 바로 사랑입니다. 먼저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하는 이들에게 사랑을 전해야 하는데, 그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곧 ‘아모레볼레차’(Amorevolezza)라고도 하는데, 나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사랑을 형제가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고성수도원(이하 고성수도원) 초대 아빠스로 2월 27일 선출된 유덕현(야고보) 아빠스는 “주님께서 바라시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수도공동체 형제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아빠스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유 아빠스는 사제품을 받을 때부터 모토로 삼은 ‘온전히 당신의 것’(TOTUS TUUS)을 사목표어로 정했다.

“성모 마리아를 통해 예수님께 모든 것을 맡긴다는 의미입니다. 지금까지 제 삶이 그랬듯 하느님께서 정해주시는 대로 따르며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지향을 담았습니다.”

유 아빠스는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ROTC(학군사관) 출신이다. 1986년 국방부 지원으로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중 성소를 깨달았다.

“어느 곳으로 부르시는지 기도하며 하느님을 찾는 고요한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청했습니다. 그때 우연히 부산에서 올리베따노회 수녀님들을 만났죠. 수녀님들과 봉사활동을 하며 ‘몬테 올리베또’ 수도회 관련 책을 보고 입회를 결심했습니다.”

당시 한국에 베네딕도회 몬테 올리베또의 성 마리아 연합회(이하 연합회) 소속 남자수도회가 진출하지 않아 홀로 부산에서 수녀들과 수도생활을 시작했다. 2년 뒤 1988년 지금의 경남 고성에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가 설립됐고, 그해 유 아빠스가 입회했다. 남자수도회 한국 진출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유 아빠스가 지향하는 삶은 ‘수도자는 수도자답게 기도하는 사람으로, 사제는 사제답게 자비로운 아버지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관상생활을 중심으로 하는 고성수도원은 주요 사도직 활동으로 피정지도와 면담, 강의를 통해 신자들의 영성생활을 돕는다.

“1년에 1만 명 넘는 신자들이 찾아와 마음을 털어놓고 치유 받고 기도 안에서 쉬어갑니다. 우리 공동체는 매일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모든 것을 맡기고 봉헌하는 삶을 살아가죠. 우리들의 모습을 통해서 신자들이 하느님을 만나고,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교회 쇄신의 시작이 아닐까요.”

이번 고성수도원 아빠스좌 승격에 대해서 유 아빠스는 “연합회 창설 700주년에 대한 감사의 의미이며, 연합회뿐 아니라 한국교회, 아시아교회에도 기쁜 일”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연합회에서 2013년부터 6년간 심사를 거쳐 2월 14일 고성수도원과 북아일랜드 ‘홀리크로스’(붉은 십자가) 수도원을 아빠스좌로 승격했다. 한국교회에서도 1913년 성 베네딕도회 서울 백동수도원(왜관수도원 전신)이 아빠스좌로 승격된 지 106년만이다.

유 아빠스는 “무엇보다 아빠스로 믿고 선출해준 형제들에게 감사하고, 이번 아빠스좌 승격에 공헌한 200명이 넘는 고성수도원 봉헌회원과도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덧붙여 “수도원 설립 때부터 함께 했던, 현재는 수도공동체에서 함께 살고 있지는 않지만 이곳을 거쳐 간 모든 형제들에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유 아빠스 축복식은 연합회 창설 700주년을 맞는 3월 26일 오후 4시(현지 시간)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시에나 총원에서 디에고 마리아 로사 총아빠스 주례로 거행된다. 축복식 후 4월 7일 고성수도원에서 아빠스 축복 감사미사를 봉헌한다.

● 베네딕도회 몬테 올리베또의 성 마리아 연합회는

성 베네딕도 규칙서에 따라 관상생활을 하는 수도회로 1319년 3월 26일 성 베르나르도 톨로메이(1272~1348)에 의해 창설됐다. 이탈리아 시에나에 총원을 두고 미국, 브라질, 프랑스, 레바논 등 각국에서 수도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남자수도회 20곳, 여자수도회 40곳으로 이뤄져 있으며 회원 수는 1500명에 이른다. 현재 한국에는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고성수도원과 양주수도원, 부산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가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박경희 기자 jul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