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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권이 있는 보좌주교」해설 <상>

정진석 주교ㆍ청주교구장ㆍ주교회의 교회법위 위원장
입력일 2018-03-02 14:14:33 수정일 2018-03-02 14:14:33 발행일 1985-07-14 제 1464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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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주교는 7세기 독일서 비롯
계승권가진 부주교는 초기부터

대구대교구 이문희 보좌주교가 금년 1월 5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대구대교구의「승계권이 있는 보좌대주교」로 임명된바 있다. 이문희 주교는 대구대교구좌의 승계권을 부여받으면서 대구가 대주교좌이기 때문에 대주교로 발령됐다. 그런데「승계권이 있는 보좌주교(또는 보좌대주교)」라는 용어가 생소하여 주교회의 교회법위원회 위원장 정진석 주교의 글을 통해「승계권 있는 보좌주교」와「승계권이 없는 보좌주교」의 차이점을 알아본다. 정주교는 이 글에서「승계권있는 보좌주교」를 부주교(Coadiutor)로 번역하고 있다. 여기서의 부주교란 명칭은 60년대 전후에 흔히 통칭되던 명의직과는 전혀 다르며, 새교회법의 한국어 번역 시안에서 제시된 용어이다. (편집자註)

부주교와 보좌주교는 둘다 교구장 주교의 교구통치를 보필하기 위한 직책과 권한을 가지고 교황으로부터 임명된 명의주교들이다.(교회법제403조)

교구의 사목을 맡고있는 주교는 주교라하고 그외는 명의주교라 한다.(교회법 제376조) 교황청 근무의 고위성직자를 교황사절들 기타 교구장이외의 특수직책을 맡은 고위성직자들이 명의주교들이다.

그러나 부주교와 보좌주교의 제도는 그 역사적 유래ㆍ임명사유ㆍ성격ㆍ법적취임절차ㆍ권한과 의무 및 교구장 공석 때의 지위가 다르다.

이제 부주교와 보좌주교와의 공통점에 관하여는 언급을 생략하고、이 두제도의 차이점만 간략히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이 두가지 제도는 1918년에 발효된 구 교회법전에서 보다는 1983년에 발효된 새 교회법전에 더욱 뚜렷이 구별되어 있다. 새 교회법전은 제2차「바티깐」공의회에서 토의결정된 것을 수렴한 까닭이다.

1. 역사적 유래

(1)보좌주교의 유래

7세기와 8세기 그리고 13세기에 중동지방과 소아시아지방과 아프리카지방과 스페인이 이슬람교도들의 말발굽 아래 유린당하여 교회가 파괴되었다. 그때 그지방의 주교들 중 생존자들은 그곳에서 추방당하거나 탈출하여 서유럽지방의 주교들한테로 피난을 왔다.

그당시 독일지방은 교구들이 커서 교구장주교에게 주교품의 기능을 행사하는 보좌가 매우 필요했던 터였기에 이들 피난온 주교들을 환영하여 임시보좌로 삼았다.

한편 피난온 주교들은 이슬람교도들에게 빼앗긴 교구를 언젠가는 회복할 것을 기대하여 이미 회교도들 손에 넘어간 교구의 명칭을 계속 고수하였다.

그러나 빼앗긴 교구를 회복하겠다는 꿈은 십자군원정 시대에 잠시동안 이루어졌을 뿐이었다. 그리하여 피난온 주교들이 사망하자、그 빼앗긴 교구를 위한 후계자들이 그 교구의 명의로 주교로 서품되었고 그들이 서유럽교회에서 대를 이어 보좌주교의 직책을 맡았다. 그러니까 보좌주교 제도는 특히 독일교회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2)부주교의 유례

㉠고대의 관례

주교가 연로하거나 병환으로 인하여 직책을 수행할 수 없게 된 경우、그를 직에서 해임하는 대신에 관구 공의회나 관구장 주교(metropolita)가 그에게 계승권을 가진 부주교를 미리 임명해 주는 것이 고대로부터의 관례였다. 예를들면 그레고리오 1세 교황(590~604)은 병환으로 인하여 직책을 수행할 수 없게 된 주교대신에 새 주교를 임명하는 것은 부당하며 그러한 관례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한 경우에 차라리 부주교를 허가하곤 하였다. 보니파시오 8세 교황(1294~1303)은 교구장 계승권을 가진 부주교의 임명권을 교황청에 유보하였다.

1140년에 그라시아노가 초세기부터 그때까지의 교회의 법규정을 집대성하여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고 정리한 법령집인「그라시아노 법령집」에 부주교 임명사례가 몇 가지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바로 그 법령집에 쓰여있는 법률 격언인「상처입은 자에게 상처를 가중시키지 말라」는 원칙이 1918년에 발효된 교회법전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끼쳤고、이 정신이 새교회 법전에도 반영되어 있다.

정진석 주교ㆍ청주교구장ㆍ주교회의 교회법위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