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리학 이기설의 기본 사상인 천인합일론을 배제하고 개체적이고 자율적인 인격 개념을 주창한 다산 정약용의「인간론」이 가톨릭적 입장과 종교학적 관점에서 재조명되는 학술 발표회가 열려 주목을 끌었다.
한국사목연구소가「인간론」토착화 연구의 첫 시도로 8월 29일 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 강당에서 개최한 제28회 토착화 연구 발표회에서「다산의 인격 이해」를 주제 발표한 서울대 금장태 교수(종교학과)는『다산이 천(天)의 초월적 주재성을 강조하고 만물과 차별화시킴으로써 독자적인 인간론을 형성시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다산의 인간론에서 정의된 인간은 삶의 현실에서 결단과 행동을 요구 받는 주체적이고 자율적이나 주재천(主宰天)의 속성인 영명(靈明)을 홀로 부여 받아 천(天)과 만물로부터 차별되는 다른 차원의 존재이다. 금 교수는 다산이 추구하고 있는 인간 존재의 새로운 조명은 성리학의 관념적이고 주정적(主靜的) 체계를 극복함으로써, 또 인간의 마음이 지닌 자주권에 따라 천(天)-상제(上帝)로부터 부여 받은 성품을 발현함으로써 자율적인 인간론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했다.
금 교수는 또한 다산의 인간론에는 인격적 도덕성과 천(天)에 대한 신앙적 경외감이 내제돼 있다고 했다.
인간 이해에 대한 다산의 사상적 배경은 천주교 교리서로부터 얻은 신앙의 빛이라고 강조한 금 교수는 이로 인해 다산이 유교경전의 근본 정신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었다고 피력했다.
금 교수는 다산이 수용한 천주교 교리는 그의 경학(經學) 체계 전반에 드러나지만 특히 그의 인간 존재와 인격의 해명에서 강하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곧 다산은 천(天)과 인간 사이에 놓인 수직적 간격을 깊이 인식함으로써, 인간 존재를 천(天)과 자연과 차별화하여 인간 존재의 고유성과 자율성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 교수는 또 다산은 인간에게 주어진 천명(天命)의 구체적 양상을 현실적으로 제시, 인격의 궁극적인 모습으로「하늘에까지 이르는 사람」(격천지인:格天之人)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 교수는 아울러 다신이 격인(格人)으로서의 신앙인을 유교경전의 전통에서 확인하는 데서도 그의 인격 개념이 도덕성과 신앙의 성격의 양면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발표했다.
천주교 신앙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다산은 천주교 교리를 유교 속에 흡수하면서 유교의 의식 세계를 확대했다고 강조한 금 교수는 다산이 유교적 인간 이해를 파괴하거나 손상시키지는 않았으나 교리적 인간관과 편차가 있는 사실을 유의하면서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 교수는 다산이 종국적으로 추구한 인간학적 체계는 어떤 철학 체계를 위한 적용이 아니라 그의 철학 전체를 형성하는 데 정합적인 것이었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