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인형뽑기 달인 사제들, 다문화가정에 깜짝 선물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7-04-11 17:04:44 수정일 2017-04-12 09:54:23 발행일 2017-04-16 제 3040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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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념 신부, 박희훈 신부, 배수훈 신부(왼쪽부터) 춘천교구 문화홍보국장 김현국 신부 제공

실패를 거듭할수록 명중률이 높아졌다. 집게의 회전 각도를 미세하게 조종할 수 있게 되자 성공 확률도 커졌다. 그렇게 하나둘씩 뽑아낸 인형. 어느새 100여 개를 훌쩍 넘어섰다. 손가락만큼 조그만 인형부터 팔뚝만한 인형까지 크고 작은 인형들이 사제관 한 켠에 쌓였다. 그리고 올해 초 이 인형들은 수원에서 춘천으로 이사를 갔다. 춘천교구 동내면에 자리한 새터민·다문화가정 지원 기관 ‘한삶의 집’(담당 오세호 신부). 갖가지 모양의 인형들은 이곳에서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이 인형들을 열심히 뽑아 기증한 주인공들은 다름 아닌 수원교구 김정념(서천동본당 주임)·박희훈(해외선교)·배수훈(해외유학) 신부였다.

이들은 사제품을 받은 지 4년, 6년 되는 젊은 신부들로, 평소 모임을 가질 때면 소소한 재미로 인형뽑기도 하곤 했다. 특히 3명의 신부들은 인형이 한 두 개씩 늘어나자 의기투합해 어린이들이 많은 곳에 기증하기로 했다. 최근 사회 곳곳에서 인형뽑기 열풍이 불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이들은 열심히 뽑은 인형을 다문화 어린이들에게 깜짝 선물해 작은 기쁨을 선사했다.

올해 들어 이들 중 두 명이 해외로 나가면서, 신부들의 인형뽑기는 짧은 추억을 뒤로 하고 막을 내렸다. 박희훈 신부는 아프리카로 해외선교를 떠났고, 배수훈 신부는 독일로 유학을 갔다.

서품 동기로서 이들의 모습을 지켜봤던 춘천교구 문화홍보국장 김현국 신부는 “신부님들의 인형뽑기는 처음에는 재미로, 다음에는 오기로, 그 다음에는 선물을 위한 습관처럼 이어졌다”면서 “이제는 모두 이른바 ‘인형뽑기계’에서 은퇴했지만, 인형 선물을 받은 어린이들이 무척 좋아했다”고 웃으며 추억담을 나눴다.

뽑은 인형들은 다문화, 새터민 어린이들에게 기증됐다. 춘천교구 문화홍보국장 김현국 신부 제공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