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신도 원로
자켄(노인)의 남성 복수형은 ‘즈케님’이다. 즈케님을 직역하면 ‘노인들’이지만, 이 단어는 ‘원로들’로 옮긴다. 원로들은 고대 이스라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평신도 지도자들이었다.
원로들은 이미 이집트 탈출 이전에 하느님의 명을 받았다. 하느님께서 불붙은 떨기나무에서 모세에게 나타나셔서 당신을 드러내실 때, 하느님은 “가서 이스라엘 즈케님(원로들)을 모아 놓고” 이집트 탈출 계획을 알리라고 명령하셨다(탈출 3,16). 이어 모세의 곁에는 늘 즈케님이 있었다. 하느님은 모세에게 “너는 이스라엘의 즈케님(원로들)과 함께”(탈출 3,18) 파라오에게 가라고 명령하셨고, 하느님의 명령에 순종한 모세는 아론과 함께 “이스라엘 자손의 즈케님(원로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탈출 4,29).
이집트 탈출 사건 이후에도 모세의 일생은 평신도 원로들, 곧 즈케님과 함께했다. 십계명을 받기 전에 하느님과 중재를 청한 것도 즈케님이었다(신명 5,23). 결국 모세의 생을 마감할 때, 백성에게 내린 마지막 말씀은 “모세와 이스라엘의 즈케님이(원로들이)” 함께 백성에게 내린 명령이었다(신명 27,1). 즈케님은 모세의 권위를 이어서 백성에게 봉사하는, 모세의 후계자인 셈이다. 모세의 율법에 따르면 즈케님은 이스라엘 백성의 재판에서도 능동적인 역할을 맡았다(신명 19,12; 21,2.19 등).
이따금 하느님 백성의 인간적 한계를 직시할 때가 있다. 구체적인 사정이야 헤아릴 길이 없지만, 분열과 반목과 나태 등 나약함과 부족함을 체험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럴 때마다 ‘양의 냄새나는’ 사목자 못지않게 평신도 원로들의 역할도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과 투신을 보이면서, 경륜과 지혜를 지닌 원로를(집회 6,34) 허락하시길 하느님께 청한다. 그런 즈케님은 교회 안팎에서 오늘 복음 말씀처럼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할 것이다(마태 5,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