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초기에는 아무런 구별도 없었으나 중세에 오면서 한계가 분명해지기 시작하였다. 천주교회 초기부터 신자들은 거룩하고 용감한 순교자들을 존경하며 본받으려는 열성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때보다도 박해시대나 전쟁시대같은 시련기에는 그러한 신심운동이 더욱 크게 일어났다. 위대한 순교자들이나 출중한 덕행을 지닌 선조들 중에서도 우리 주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와 주님의 제자들, 즉 사도들을 공경하는 정성은 온 교회에 보편적 현상이었다.
성모님께 대한 신심의 이유 중에는, 물론 구세주의 모친이라는 그 위치나, 평생 동정녀라는 그 덕성도 있지만, 인류구원을 위하여 십자가 상에서 성부의 뜻을 따라 죽으신 주님의 모친이시고, 대부분이 순교한 사도들의 정신적 모친이셨던 성모님의 위치도 사실상 큰 이유 중의 하나였다. 이러한 신심이 시대를 거치면서 일반적인 교회의 모든 순교자들과 덕망이 특출한 이들에 대한 정성으로 발전하였다. 따라서 처음에는 지방 교회 별로 발전했기 때문에 그 명칭도 「복자」, 「천주의 종」, 「성인」등 여러가지로 불리웠고, 시복이나 시성식이 없이 신자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신심이었다.
그러다가 차차 구제되고 정리되는 단계에서 10세기 말에 와서야 온 세계교회가 공경하도록 선포하는 시성식이 시작되었다. 따라서 복자는 일부지역적인 성격을 띠고 성인은 세계적인 성격을 지니게 하는 동시에 처음에는 지방 교회가 시복을 하고 시성만은 로마에서 교황의 권한에 속한 것으로 되었다가 시복까지도 로마교황청에서 관장하게 되었고 16세기 말과 17세기 초에 들어서면서 시복시성 및 복자, 성인의 한계는 교회법규상으로까지 분명해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에 관한 역대교황들의 칙서나 교령ㆍ규정ㆍ법률 등이 많이 나오게 되었고, 그 중에 몇 가지를 소개해보면 시복시성과 복자 성인에 관하여는 구교회법(1983년 대림절 전까지는 유효)에서는 제1999조부터 제2141조까지가 이틀 다루고 있고 새교회법(1983년 1월15일 발행, 1983년 대림절부터 발효)에서는 대폭 축소하여 제1186조부터 제1190조까지가 이를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관한 칙서와 법규 중에서 가장 최근에 나온것은 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1983년 1월 25일에 선포한 「완덕의 천주적 스승(DIVINUS PERFECTIONIS MAGISTER)」이라는 것과 또 현재의 로마 시성성성장관인 팔라찌니 추기경께서 1983년 3월 21일에 발표한 「시성성성의 규범」 (REGOLAMENTO DELLAS CONGREGAZIONE PER LE CAUSE DEI SANTI) 등이 있다.
이 여러 법규와 문헌들이 밝히는 것을 간추려보면 성인과 복자의 차이나 구별은 지방교회적인 범위에서 공경을 받는것과 세계적인 온 교회의 공경을 받는 것이라고 단적으로 말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겠다.
복자가 시성이 된 후의 여러 조치는 바로 보편적인 교회 전체로부터의 공경에 대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구체적인 몇 가지를 집약적으로 적어보자.
一, 복자의 축일과 축일경문은 지방교회에만 국한된다. 그러나 성인의 축일과 고유미사경문은 전세계 교회에 해당된다(예, 9월 26일은 한국에서만 한국순교복자 축일을 지내고, 다른나라에서는 지내지 않으나 10월 1일 성녀 데레사 축일은 전 세계가 모두 지낸다).
二, 성인의 경우, 사제 기도서에도 고유 기도문과 독서가 정해지며, 전세계 모든 사제들이 이를 봉독해야 하지만, 복자의 경우는 역시 지방에만 국한된다.
三, 영세 때 수호자로 삼고 본명으로 성인의 이름이 선택된다. 물론 복자의 이름을 써서는 안된다는 규정은 없으나 로마교회의 관례상 성인들의 이름을 취하게 되어있다.
四, 시성이 되면, 그 유해가 로마의 베드로 대성전을 비롯한 주요 기념대성당에 안치되어 세계 만민의 공경을 받는것이 상례이며, 시성이 되면 적어도 유해일부를 교황청 관계성성으로 봉송하게 되어있다. (1983년 10월 1일, 우리는 김대건 신부의 비골(비骨)을 로마로 봉송했다.)
五, 복자의 경우, 지방교회에서 관장하는 것을 새교회법은 로마 교황청에서 주로 관장하게 된다. 물론 지방교회를 통해서 조치하지만, 보다 더 능동적으로 하향적인 관리가 이루어진다. (예:축일ㆍ경문 등……).
그러나 이러한 전례상의 차이는 정신적이며 윤리적인 면에서 성인들로서 세계교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지방교회 중심으로 공경하는 복자로서 보다 비할 수 없이 크다.
성인들께 세계 교회가 전달을 구하며 기도를 바치는 이 한가지만으로도 성인의 위치가 어떠한지를 대략 느낄 수 있다.
즉, 전 세계교회가 성인들의 기도를 간청하는 미사와 기도를 드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