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여 년 동안 이 땅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헌신한 국제가톨릭형제회(AFI) 안젤라 미스투라(한국명 안재란) 여사가 10일 서울 합정동 전진상센터에서 노환으로 선종했다. 향년 80세.
고인의 장례미사는 14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서울대교구 총대리 염수정 주교와 전 의정부교구장 이한택 주교 등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봉헌됐으며, 장례는 경기도 화성시 서울대교구 비봉추모공원에서 산골장(散骨葬)으로 치러졌다.
1930년 이탈리아 출신인 미스투라 여사는 26세가 되던 1956년 당시 노기남 대주교의 초청으로 국제가톨릭형제회 한국 공동체 창립을 돕고자 입국했다. 이후 서울 명동에 여대생을 위한 기숙사인 가톨릭여학생관(현 전진상교육관)을 설립, 사감으로 활동하다 1965년부터 약 30여 년을 한국외국어대 이탈리아어과 교수로 재직했다.
고인은 1984년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였던 관악구 신림10동으로 들어가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운영하고 소년소녀가장을 돌보는 등 평생 가난한 이웃들과 고락을 함께하며 살았다.
고인은 교수직에서 정년퇴임한 후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고, 2004년부터는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장기 입원치료를 받기도 했다. 국제가톨릭형제회 정신에 따라 국경과 민족을 넘어 평생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며 살았던 그는 모국인 이탈리아에서 편안한 여생을 지내길 거부하고 끝까지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하는 삶을 택했다.
이한택 주교는 장례미사 강론에서 “고인은 1950년대 중반 여의도 모래밭 활주로에 첫 발을 내디딘 후 한국교회에서 필요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고 헌신한 분”이라면서 “고인이 남긴 숭고한 뜻을 이제 우리들이 삶 속에서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