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 신자라면 누구나 외우는 ‘사도신경’ 속에는 우리가 믿어야 할 교리가 다 들어있습니다. 그 중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꼼뮤니오 쌍토롬·Communio Sanctorum)”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영세한 지 수십 년이 되는 저는, 사실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정확한 뜻을 잘 몰랐습니다. 그저 막연히 ‘하늘에 계신 성인들의 공로가 우리에게까지 통하나보다’ 정도로 생각했었지요.
옛날에는 요즘처럼 교육의 기회가 많지 않아서라고 변명해 보지만, 하여간 부끄러운 일이지요. 퇴직 후에야 여기저기서 교육을 받다 보니 새로 배운 게 참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성인의 통공’에 관한 지식입니다. 이때의 성인이란 시성된 성인만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으로 불린 모든 사람, 그러니까 우리 신자들까지도 그 안에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개신교에서는 이 ‘성인’을 ‘성도’라고 칭하고 있으니 오히려 옳은 번역이라고 생각됩니다.
내용인즉 교회는 천상교회, 연옥교회, 지상교회로 나뉘고 그 세 교회 안에서 모든 성인의 공로가 서로 통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천상의 성인들에게 전구를 청하는 것이고, 돌아가신 조상들을 위해서 연도를 바치는 것이고, 동시대 이웃을 위해서 서로 기도해 주는 것임을 늦게야 알았지요.
저는 작년 이맘때 아주 신기한 체험을 했습니다. 새벽미사에 참례했는데, 끝난 후 그날 10시에 새 사제 다섯 분과 부제 다섯 분의 첫 미사가 있다는 공지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10시 미사에 또 나갔지요. 새 사제 탄생 첫 미사는 그 자체로 기쁘고 행복해서 기회가 닿으면 참례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미사에 참례하면서, 그 무렵 간절히 기도가 필요한 베드로 어르신 생각이 나서 오롯이 그분을 위해 기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 어르신 내외는 80을 눈앞에 두고 미국 아드님 댁으로 합하게 되었는데 이곳 집이 정리가 되지 않아 비워 둔 채 떠나셨습니다. 그리고 반년이 지나도 움직임이 없어 애를 태우셨습니다. 그분은 하느님 말씀 따라 아름답게 살면서 이웃에게 늘 베푸시는 분이었지요. 그러기에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어 그날 미사의 은총을 베드로 형제에게 주시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미사 끝에 사제의 강복을 받으면서는 혼잣말로 “주님, 이 강복을 미국에 있는 베드로 형제에게 택배로 보내 주세요.” 하고 기도하고, 의식이 다 끝난 뒤에도 손 모아 주모경을 천천히, 정성껏 바치고 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그 일을 이메일로 알려드릴까 하다가 생색내는 것 같아서 참았지요. 하지만 기껏 하루를 참고는 그래도 자랑하고 싶어서 이튿날 이메일로 말씀을 드렸습니다. 새 사제들의 뜨거운 강복을 택배로 보냈으니 받으시라고.
그런데 그분으로부터 재미있는 이메일이 왔습니다. 어젯밤 꿈에, 2년 전 별세하신 선배의 생일 초대를 받고 다녀왔는데 마음이 이상하다고. 서로 신뢰하며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던 분이 나타났으니, 아무래도 떠날 날이 가까워오나 보다고. 그래서 더욱 걱정이 되어 아침에 “주님, 제가 없으면 아내가 집 정리를 할 수 없으니 저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하고 간절히 기도했었노라고. 그러고는 오후에 심란한 마음으로 산책하고 돌아오니 사제 탄생 첫 미사에서 간절히 기도했다는 실비아 씨의 이메일이 들어와 있어 너무나 감사했다고.
아,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깜짝 놀랄 이메일을 받았어요. 바로 그날 저녁 때, 서울에서 전화가 왔다고. 작자가 나왔으니 계약하자고. 실비아 씨 기도가 새 사제들의 강복을 통해 택배보다 더 빠른 인터넷으로 배달되었으니 신기하지 않느냐고. 믿는 이들 안에서는 이럴 수도 있는 것이라며 감사, 감사를 연발하신 것입니다. 와, 그렇게 기쁜 일이! 그런 일을 그냥 우연이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