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사목체험기 - 현장에서] (54) 암을 부른 피임법 / 장경화

장경화 (대구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담당)
입력일 2004-05-16 10:49:00 수정일 2004-05-16 10:49:00 발행일 2004-05-16 제 2398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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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내막 암으로 곧 자궁절제술을 받아야하는 자매가 나를 찾아 왔다. 몇 해 전 자궁근종으로 병원치료를 받으러 다닐 때 나와 상담한 기억을 떠 올리며 그 때 내말을 믿지 못하고 의사 지시만을 따랐던 것이 마음에 걸리기도 해서 다시 한번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확인해 보고 싶어 했다.

멀게는 손쉽게 생식력을 조절하기 위해 여러 해 복용했던 경구용 피임약과 장기간 루프 사용이 자궁근종의 원인이었으며, 가깝게는 하느님께서 여성의 몸에 때가 되어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섭리하신 월경 주기를 오랫동안 호르몬 대체치료로 거역을 했기 때문에 생식 주기 시스템들이 파괴되고 망가져 자연적인 회복이 불가능해진 결과 암이 발생한 것이라 설명하자 자신의 몸을 자신의 몸이 아닌 것처럼 함부로 관리하며 살아왔다고 큰 한숨을 쉬었다.

결혼생활 발달단계와 여성생식력의 변화 단계는 부부의 일생 여정에 상호작용하며 심리적 정신적 성숙을 이루어 간다. 여성의 생식력을 20대, 30대, 40대 이후로 크게 나누어볼 때 결혼생활단계에서는 자녀 출산시기, 자녀 양육 시기, 부부친밀성기로 나눌 수 있고, 각 시기마다 얼마나 조화로운 삶을 살았느냐에 따라 부부 간의 정체성, 결속력과 자율성에 영향을 준다.

또 월경주기는 여성 개인의 생식력으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그 월경주기가 부부생활의 리듬과 친밀성 그리고 부부 삶의 질에 직간접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는 많은 신자부부들은 왜곡된 가치관으로 성에 대한 심리적 평형에 개의치 않고 살아간다.

그래서 더 이상 남성은 여성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동반자라기보다 성적 도구로 간주해 버리는 사태가 신자가정 안에서도 발생하고 있으며, 여성은 스스로 주체성을 규정짓는 새로운 생명을 낳고 기르는 잠재력마저 피임이나 낙태로 매도시켜 버리고 남성들은 아무런 책임도 나누어 갖지 않는 것이 많은 평신도 부부들의 현실이다.

자연출산조절(배란법)이 교회가 권장하는 생식력조절방법인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사용방법에 있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많은 신자들이 말들을 한다. 신앙적 의지가 있어야 배란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절대적인 가치를 인정하고 싶지 않거나 또는 배란에 대한 하느님의 섭리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말이다.

많은 부부들이 교회의 전통적인 입장과 상반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성에 대한 신비와 영성적인 접근을 거부하고 우리 내부 안에 있는 애욕을 억누르는 것에 애써왔다. 결국 부부들이 말하지 못하고 포용하지 못한 내부 정신은 남용되었거나 건강하지 못한 방식으로 표출되어 버린 것이다. 하느님의 관대함과 완전한 친교를 일깨워 주는 배란법은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듯이 서로 사랑하라고 부르신 또 다른 강력한 육체적 언어라는 것을 신자들이 깨닫는다면 생명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이 형성되리라 믿는다.

장경화 (대구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