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해외원조의 필요성과 현황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입력일 2004-02-29 08:15:00 수정일 2004-02-29 08:15:00 발행일 2004-02-29 제 2387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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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격차 심화…8억이 굶주려
20억명은 만성적인 영양결핍 상태 
인간답게 살기위한 지원 절실 
세계에 희망 주는 한국교회 기대 
오늘날 전 세계의 60억 인구는 극심한 빈부격차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세계 인구의 상위 20%에 속한 이들이 세계 부의 86%를, 중위 60%가 13%를, 하위 20%가 1%를 소유하고 있어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살면서도 가장 심각한 빈부격차를 안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인구 중 8억이 실제로 굶주리고 있으며, 20억이 만성적인 영양 결핍으로 절대 빈곤선 이하에서 살아가고 있다.

빈부격차는 산업문명과 과학 기술의 발전과 반비례하여 더욱 심화돼왔다. 바로 이러한 현실이 교회로 하여금 세계정의와 빈곤문제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도록 한다.

1. 빈부격차를 가속화시키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오늘날의 시대적인 징표인 세계화는 빈부 격차를 더욱 벌려가고 있다. 오늘날의 세계화는 신자유주의 사조에 따라 무한 경쟁을 기본 가치로 삼고 있어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 부의 격차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로써 세계화는 선진국과 빈곤국 모두에서 인간의 복지에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는 선진국과 빈곤국의 격차 뿐 아니라, 선진국과 빈곤국 각각의 내부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선진국 내에서도 제4세계라 불리는 새로운 빈곤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현대 세계의 긴급한 문제는 세계의 정의를 실현하고 세계의 윤리를 확립하는 것이다.

2. 해외원조는 세계 정의 실현의 초석

80년대 말 독일 통일과 동구 공산권 몰락 이후 신자유주의 물결이 세계를 석권하고 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과정은 교회의 복음화 입장과는 분명히 대치된다.

복음화와 맥을 같이하는 해외원조활동은 20/80의 세계 질서, 즉 소수집단이 대다수의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기존 질서와는 대조적으로, 나눔과 섬김을 지향해 만민의 평화로운 공존을 가능케 하는 사랑의 질서를 추구한다. 그래서 교회는 범세계적인 구조를 활용하여 이윤의 일부를 공동선 증진과 세계평화를 위하여 인류와 사회에 환원하는 사랑의 나눔 질서를 확립하는데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세계정의를 위한 대안적 질서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해외원조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3. 교회의 응답으로서 해외원조

그리스도께서는 가난하고 약한 이들을 도와주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의무이며, 이것을 최후 심판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하셨다. 그리스도께서는 말로써만이 아니라, 이들을 치유해주고 궁극적으로 존엄한 인간으로서 받아들여야 함을 직접 행동으로 실행하셨다.

초대 교회는 가진 바를 나누는 삶의 공동체를 이루었으며, 가까이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멀리 있는 궁핍한 이들을 원조하는 운동을 벌였다. 이는 사도행전 등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생활 기록에 생생히 나타나고 있다. 기록에서 나타나는 최초의 해외원조 인물은 사도 바오로이다. 그의 여러 서간에는 이에 대한 실천적 기록과 신학적 이론이 발견된다(로마 15, 25~31 2고린 8~9 등).

교회의 해외원조에 관한 현대적 의미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에서 비롯된다. 「사목헌장」은 『무수한 사람들이 기아에 신음하고 있으므로 공의회는 모든 개인과 정부에 호소한다. … 각자의 능력대로 자기 재화를 나누어 주고, 특히 개인이나 국가가 받은바 원조로써 자조자립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그들을 도와주기 바란다』(69항)고 가르친다. 이를 위해 교회도 가난한 이들을 원조하는 국제적 기구를 설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90항).

4.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해외원조

1989년 서울세계성체대회이후 한국교회는 한마음한몸운동을 통해서 모아지는 기금으로 전 세계의 가난한 이들을 지원해오고 있다. 세계의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해외원조활동의 총체적 개념은 「인간발전」이라는 단어로 집약된다.

인간발전은 인간이 인간답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답기 위한 삶의 가장 기본적 조건은 인간으로서 살아감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최소한의 재화획득을 말한다. 먹는 것, 입는 것, 살아갈 주거의 최소한의 확보, 바로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이 주어지는 조건이다.

그 다음이 인간 삶에 필요한 지식의 획득, 즉 최소한의 교육, 질병으로부터 보호받을 의료, 나아가서 가정생활, 사회 속에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의 보장, 문화적 생활 등이다.

우리의 작은 나눔을 통해서 전 세계의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희망이 될 것이다. 사순절 캠페인을 통해서 전 세계의 희망을 주는 한국천주교회로 거듭나기를 기원해본다.

◆ 몽골 ‘돈보스꼬 사랑의 학교 운영’ 이호열 신부

“거리서 헤매는 몽골 아이들 영하 30도 피해 맨홀서 하룻밤”

“3500만원 있으면 18명 살 수 있는건물 지을 수 있어”

69년 형 러시아제 자동차 푸르곤에 따뜻한 음식을 싣고 한 주일에 한 번 저녁 9시에 아이들이나 가난한 사람들이 몰려 있는 「맨홀」로 달려간다. 몽골의 「맨홀」이란 가난한 사람이나 집을 나온 아이들이, 또 공산권에서 독립함에 따라 자유를 얻은 사람 등 고단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시골에서 도시로 무작정 상경해 긴 겨울을 나기 위해 머무는 장소이다.

맨홀은 화력발전소에서 각 가정과 빌딩으로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 파이프가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추운 겨울을 나기에는 나름대로 좋은 곳이다. 하지만 단지 따뜻하다는 것 한가지 이외에는 많은 문제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룻밤을 이곳에서 새고 나면 온몸은 먼지 투성이가 되고, 공기가 건조해서 건강에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지고 들어간 음식물은 부패해서 그야말로 세균의 온상이 된다. 캄캄하고 어두울 뿐만 아니라, 계층간에 폭력이 난무하기가 일쑤고, 잠자리는 불편하며, 경찰관들의 단속이 언제 있을지 몰라 항상 두려움을 갖고 살아간다.

이렇게 집을 나온 청소년들과 부모가 이혼하거나 아예 부모가 없는 아이들, 어디든 갈 곳이 마련되지 않은 아이들, 자신들을 돌봐줄 어른이 없는 버려진 아이들은 거리를 떠돌게 마련이고 거리를 배회하다가 겨울을 지내기 위해 모이는 곳이 바로 이 「맨홀」이라는 곳이다.

빈부격차는 산업문명과 과학 기술의 발전과 반비례하여 더욱 심화돼왔다. 바로 이러한 현상이 교회로 하여금 세계정의와 빈곤문제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도록 한다. 사진은 몽골 「돈보스꼬 사랑의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살레시오회 이호열 신부(왼쪽 첫번째)와 몽골 아이들.
먹을 것과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한 이 아이들의 나이는 대개 12~16세 정도이다. 살레시오회에서 운영하는 「돈보스꼬 사랑의 학교」는 이들을 대상으로 초등학교 1학년부터 5학년까지의 교육 과정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이 기초 교육과정을 마치고 16세 이상이 되면 이미 설립돼 있는 「돈보스꼬 기술 직업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기술학교는 목공반. 컴퓨터반, 미싱반, 자동차 정비반을 운영해 어린이들이 앞으로 자라서도 기술을 갖고 자신의 미래를 개척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살레시오회는 2001년 몽골 가톨릭교회의 초대로 선교사들을 파견해 슬로바키아, 필리핀, 베트남, 그리고 한국 신부들이 공동체를 형성하며 살고 있다. 한국 살레시오회는 청소년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현실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돈보스꼬 사랑의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살레시오회에서는 이 사업을 위해 울란바타르 시의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구청으로부터 가로 250m, 세로 250m(1만9800평)의 땅을 얻어 그곳에서 몽골의 전통적인 가옥인 게르 12채를 지어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다.

사회 기반 시설이 거의 없는 열악한 상황이라 수도나 전기 공급이 아직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매일 식수를 해결하기 위해서 직접 물을 길어 날라야 하고,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얻어 겨우 밤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다른 어떤 것보다도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아이들이 따뜻하게 공부하고 놀고 생활할 수 있는 건물이다. 몽골의 전통 가옥인 게르는 나무와 펠트(양털)를 주된 재료로 하는 조립식 가옥 형태로 유목민족인 몽골인들이 이동하는데 쉬운 형태이다. 하지만 그만큼 안락한 주거 환경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이곳에서는 3500만원만 있으면 80평 규모로 18명이 살수 있는 안락한 건물을 지을 수 있다고 한다. 그룹이나 단체에서 직접 짓거나 봉사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지원으로 생활비는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지만 집 짓는 일은 또 다른 사람들의 사랑 어린 손길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몽골의 현재 아침 온도는 영하 30도에서 35도정도이다. 영하 25도만 되어도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며 뛰어 논다. 아이들은 편안한 환경에서 맘껏 뛰어 놀고, 공부하고,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기술을 배워야 하는 나이이다.

한 젊은이가 올바르게 나아가기 위해 문화적, 정서적, 환경적, 심정적, 인간적 요인을 먼저 충족시켜 주어야 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사명이기에 먼 길을 마다하고 아이들과 함께 어려움을 이겨나가면서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