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은 우리 태양계의 행성들 중에서 지구를 가장 닮은 별이다. 크게 다른 점은 금성이 지구에서는 밤하늘 높은 곳에서 결코 보이지 않고, 금성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모습은 여기서 화성을 보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지구가 이렇게도 큰 존재이지만 금성의 위치에서 보면 하늘 높이 떠 있는 하나의 별에 지나지 않는다. 굳이 이것을 생각하면서 살아갈 필요는 없는 일이지만 그러나 이런 기회에 한 번씩 생각해보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우주 안에서 우리의 위치와 의미에 대해서 좀 더 객관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성은 화성과 함께 우리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이고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이기 때문에 일찍부터 관심의 대상이었다. 밝기가 무려 -4등성이나 되는데, 지구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것도 밝게 보이는 원인 중 하나이지만, 두꺼운 구름으로 싸여 있는 것도 원인이다. 금성을 둘러싸고 있는 짙은 구름 아래의 모습에 대해 사람들은 오랫동안 상당한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소련은 1967년 10월에 탐사선을 금성에 보내어 구조와 구성물질 그리고 두터운 구름 속의 모습에 대해 탐구를 했다. 그 결과 매우 실망스럽게도, 금성의 대기는 90기압이나 되고 95% 이상이 이산화탄소일뿐더러, 온난화 현상이 심하게 진행되어 내부 온도가 무려 섭씨 400도를 넘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상태는 사람이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끓는 지옥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요즈음은 금성에 가서 인류가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접어둔 채, 그냥 저 곳에 금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금성은 지름이 1만2400㎞로서 크기가 1만2740㎞인 지구보다 약간 작고, 밀도는 지구와 거의 같은 5.25g/㎤이다. 태양으로부터 평균 약 1억820만㎞의 거리에서 공전하고 있는데, 근일점이 1억748만㎞이고 원일점이 1억875만㎞이어서 차이가 적어 이심률이 0.0068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공전 궤도가 거의 원에 가깝다. 궤도 경사는 3.394도이다.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에 224.7일 걸리는데, 자전주기는 공전주기보다 더 긴 243일이나 된다. 그것도 공전 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돌고 있다. 태양계의 모든 행성들이 공전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도는데, 오직 금성만 다른 방향으로 돈다. 그 이유는 아직 알 수 없다. 하긴 천왕성과 같이 완전히 누워서 자전하는 행성도 있다.
미국의 나사도 금성에 탐사선을 보냈었는데, 1978년에 금성을 도는 궤도에 들어선 파이어니어비너스 2호가 레이더로 금성의 표면을 측정하여 대략적인 지형도를 만들기도 했다. 이 자료에 의하면, 금성의 표면은 대부분이 지구보다 평탄하다. 금성의 표면을 이루고 있는 물질은 지구와 같이 대부분 화강암이다.
하여간 지구를 쏙 빼 닮은 금성에 사람이 살 수 없다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사람이 살아갈 수 있다면, 인류는 이곳을 여행하기 위해 많은 탐구와 노력을 기울이면서 활기를 띠고 있을 텐데…. 금성이 이렇게 생명체들이 살기에 부적합할수록 지구가 우리에게 더 값지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