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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와 시노달리타스] (4) 신약성경의 시노달리타스(상)

송창현 미카엘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입력일 2023-05-23 수정일 2023-05-23 발행일 2023-05-28 제 3345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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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하느님 나라 가치 실현하려 했던 예수님의 ‘길’ 따라 걸어야
삼위일체 친교와 사랑 보여주며
하느님과 인간 올바른 관계 회복
정의와 평화, 자비 실현되도록
제자들 부르시고 함께 걸어가

얀 빌덴스의 ‘엠마오로 가는 길의 그리스도와 제자들’. 예수님의 생활 방식과 활동 방식은 함께 ‘길’을 걷는 시노달리타스였다. 예수님은 당신의 ‘길’을 함께 걸을 제자들을 부르셨고, 함께하며 예수님의 일을 계속하게 하셨다.

■ 함께 걸으시는 예수님의 시노달리타스 방식

신약성경의 시노달리타스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예수님에게서 출발한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생활 방식과 활동 방식이 바로 함께 ‘길’을 걷는 시노달리타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된다는 것은 예수님의 시노드적 방식을 실천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함께 걸으시는 성부, 성자, 성령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시고 그분 말씀의 육화이시다. 하느님 아버지, 아드님, 성령은 함께 어울려 대화와 소통, 친교와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신다. 예수님은 결코 혼자 행하지 않으시고 모든 것에서 아버지의 뜻을 이루신다. 성부께서는 예수님 안에 머무시면서, 세상에 보내신 아드님을 통하여 몸소 당신의 업적을 이루신다. 예수님 자신이 아버지께 가는 ‘길’(요한 14,6)로서, 성령 안에서 사람들에게 진리와 친교의 사랑을 전해 주신다.(「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시노달리타스」 15·16항 참조) 여기에서 성부, 성자, 성령 하느님의 친교와 공동체적 차원이 잘 드러난다.

■ 예수님이 걸으신 ‘길’

역사의 예수님은 하느님의 나라에 관하여 가르치셨고, 그것의 실현을 위하여 활동하셨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길’(루카 20,21)을 알리시고 그 방향을 따라가시며,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시는 순례자이시다.(「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시노달리타스」 16항 참조) 그래서 예수님이 하신 일은 하느님의 나라를 위한 것이었다. 예수님이 시작하신 하느님 나라 운동은 이스라엘의 계약 공동체를 다시 새롭게 하는 것으로 대안적 공동체 운동이었다. 이 공동체는 예수님의 가치와 이상이 현실이 되고, 올바른 관계, 즉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사이의 정의와 평화가 실현되는 자리였다. 따라서 예수님이 시작하신 공동체 운동은 다름 아닌 올바른 관계의 회복 운동이었다.

이와 같이 예수님의 하느님 나라 운동은 하나의 사회적 실재로서, 새로운 질서와 가치를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실천하였다. 예수님은 당신과의 친교와 대안적 공동체의 형성이 인간 구원의 ‘길’이라고 가르치시고 실천하셨다. 그것은 하느님, 인간, 자연 사이의 올바른 관계를 가로막는 모든 경계들을 철폐하는 해방의 ‘길’, 하느님의 질서와 가치를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마태 6,10) 실현하려는 ‘길’이다. 이것이 역사의 예수님이 걸어가신 ‘길’이었다.

■ 예수님과 함께 ‘길’을 걷다

역사의 예수님은 공생활 초기에 당신의 ‘길’을 함께 걸을 제자들을 부르셨다. 부르심의 내용은 “나를 뒤따르라”이다. 이 부르심은 예수님과의 친교로의 초대이고, 새로운 삶의 방식, 곧 그분과의 공동체로의 초대이다.

예수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그분의 ‘길’을 뒤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부르신 목적은 첫째, ‘예수님과 함께 있음’이고, 둘째, 파견하여 ‘예수님의 일을 계속하기’이다.(마르 3,14-15 참조) ‘예수님과 함께 있음’은 제자들의 정체성을 가리킨다. 예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으로 제자들은 그분과의 특별한 관계를 가진다.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식탁 공동체를 이루고, 그분의 가르침을 듣고 그분의 ‘길’을 배우게 된다. 예수님과의 친교를 통해 제자들은 하느님과 친교를 나누고, 그들 상호 간에도 친교를 나눈다. 이처럼 예수님과 제자들은 함께 참여하는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길’을 함께 걸어간다.

그리고 ‘예수님의 일을 계속하기’는 제자들의 사명을 의미한다. ‘예수님과 함께 있음’은 제자들의 파견으로 연결된다. 이 파견은 제자들의 사명을 가리킨다. 예수님의 하느님 나라 운동은 그것을 위해 투신할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곧 예수님의 일은 제자들에 의해 계속되어야 하고, 제자들의 사명은 그 예수님의 일을 계속하는 것이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함께 걸었던 여정은 제자들이 그분의 말씀을 듣고, 그분의 ‘길’을 배우는 과정이었으며, 그들의 생각이 바뀌고 그분을 뒤따르는 그들의 지향이 정화되어 가는 회개와 양성의 과정이었다.

예수님과 제자들의 대안적 공동체 안에서는 정의와 평화가 실현되고, 변두리의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이는 먼저 선택되어야 한다. 그리고 공동체의 리더십은 군림하고 권력을 휘두르는 형태가 아니라 다른 이들을 섬기는 봉사의 방식이 되어야 하고, 지배와 폭력은 포기되어야 한다. 이것이 예수님과 제자들이 함께 걸어가는 대안적 공동체의 ‘길’이다.

■ 초대교회의 ‘길’

예수님의 ‘길’은 세상의 반대에 직면하였다. 그러나 예수님은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당신의 ‘길’에 충실하셨다. 십자가의 죽음이 예수님의 ‘길’에 대한 세상의 응답이었다면, 부활 사건은 그분의 ‘길’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이었다. 예수님의 파스카는 새로운 이집트 탈출이다. 예수님은 이를 통하여 신앙 안에서 그분을 믿는 모든 이를 세례와 성찬을 통하여 당신과 일치시켜 마침내 하나로 모으신다.(「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시노달리타스」 15항 참조)

그리스도교 신앙은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고, 그분을 뒤따르는 것이다. 즉 예수님의 대안적 공동체 운동인 하느님 나라의 가치와 비전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그리스도교 신앙은 역사의 예수님과 부활하신 그리스도 사이의 연속성을 발견한다. 우리는 역사의 예수님이 믿고 선포하고 실천하신 것과, 그분의 부활 이후 초대교회가 믿고 선포하고 실천한 것 사이에서 연속성을 발견한다. 그리스도인들의 교회 공동체는 역사의 예수님의 ‘길’을 기억하고, 하느님 나라의 대안적 질서와 가치가 실현되는 공동체 운동을 계속 이어 실천하였다. 여기에서 우리는 역사적 예수님과 제자들의 공동체와 그리스도교 공동체 사이의 연속성을 발견한다.

이처럼 초대교회는 새로운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예수님의 ‘길’을 기억하고 전승하였으며, 그 ‘길’의 현재적 의미를 해석하여 대안적 공동체의 현재를 비판하고 반성하는 거울로 삼았다. 그리고 예수님의 ‘길’에 대한 기억과 해석은 미래를 위한 전망을 제시하였다.

이제 다음 단계로 우리는 초대교회의 생활 방식이고 활동 방식인 시노달리타스의 구체적인 사례를 신약성경에서 살펴보도록 한다.

송창현 미카엘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