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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한마음한몸 자살예방센터 공동기획 ‘우리는 모두 하나’] (19) 자해, 내 몸에 푸는 화 ②

황순찬 베드로 교수,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
입력일 2023-05-09 수정일 2023-05-09 발행일 2023-05-14 제 3343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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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고는 그만! 공감과 지지가 필요
자해하는 청소년의 입장에서 보면, 해서는 안 될 자해 행동이 맥락상 불가피한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금지하려는 행동을 강화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이 현실 세계에서는 자해 사실을 감추고 온갖 폐해에도 SNS상에서만 자신의 감정과 자해 사실을 밝히고 모르는 사람들의 공감과 위로에 매달리는 것은 주위 사람들이 청소년의 상황을 잘 모를뿐더러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관심과 이해를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자해 청소년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요?

우선 청소년에게 충고나 훈육이 아닌, 청소년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공감하고 수용하는 어른들의 태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한 인간으로서 누군가로부터 공감 받는 경험은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끼게 합니다. 또 고립감에서 벗어나 자신이 존엄성을 가진 존재라는 확신을 얻게 합니다.

공감이 가진 무조건적이고 수용적인 특성으로 인해 자기 자신에게 부과했던 부정적인 평가에서 벗어나 자기 내면을 표현하고 자유로움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내면의 상처로 분노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지속적으로 공감을 체험하게 되면 자신을 공감해준 사람과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분노는 억압하거나 폭발적으로 발산하는 방법이 아니라 오직 타인의 공감을 통해서만 해체되고 조절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공감의 원리는 청소년에게 더 잘 적용될 수 있습니다. 청소년은 온전히 이해받고 수용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자신의 인생에 대한 왜곡된 태도를 버리고 점점 더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해 행동을 막는 방법 역시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부모, 친구, 교사와의 관계에서 돌봄, 지지, 공감을 받는다면 청소년은 생기를 얻고 놀라운 적응력을 보일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초래하는 일들 앞에서도 이에 대처하는 방법을 찾게 됩니다. 심지어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생각을 했다 하더라도 주변의 관심과 지지는 청소년의 왜곡된 생각이 극단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로를 차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공감을 통해 신뢰 관계가 형성되면, 청소년의 현실수용과 새로운 전환을 위해 크게 두 가지 노력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버려야 할 것들로 부정적 자아상과 비판적 완벽주의에서 나와야 합니다. 고착된 부정적 기억, 심한 자기비하와 자기혐오, 좌절감과 열패감, 외모 불만족 등 부정적 자아상을 가진 상태에서 실체가 없는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검열하고 배척하면서 판타지에 가까운 완벽한 상태를 갈망하는 청소년이 많습니다. 자기 괴롭힘을 중단하고 현실의 자신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지지적인 환경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긍정적 상호작용의 기회가 더 많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취해야 할 것들로 대응 탄력성, 자기개방, 몸 중심의 활동을 수용해야 합니다. 자신이 수치스러워 타인에게 개방하지 못하고 경직된 자기만의 틀에 갇혀 있는 청소년이 많습니다. 스트레스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엄습하는 부정적 생각을 평정하는 데는 몸을 활용한 다양한 활동이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의외로 몸이, 생각을 치유하는 데 더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황순찬 베드로 교수,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