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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신약성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19) 용서, 그 어렵고도 어려운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3-05-09 수정일 2023-05-09 발행일 2023-05-14 제 3343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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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면 남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용서하고픈 생각 전혀 없을 때
억지로 용서하는 것도 큰 의미

아무리 애를 써도 다른 사람을 용서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 용서가 안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단죄하는 상태를 넘어서,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훈련도 필요하다.

■ 예수님은 용서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용서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쥐어짜듯 입 밖으로 용서를 말해보기는 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용서는커녕 미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어떻게 이 말씀을 지킬 수 있을까요?

주님께서 용서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용서하지 않으면 하느님께서도 우리를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얼핏 들으면 ‘너무 하신다’ 하는 생각조차 듭니다. 하느님께서 용서를 강요하신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주님께서는 왜 이렇게 무리한 말씀을 하신 것인가?

당대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해를 준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고 보복하는 것을 당연시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일족을 멸하는 일조차 벌어지고 있기에 하느님의 이름을 빌려서 피의 복수를 하는 것을 막고자 하셨던 것입니다.

어찌됐건 간에 복음의 이 말씀 때문에 심리적인 압박감을 받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고해소에서 미운 사람을 용서하지 못했다고 고백하는 분들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래서 신자분들이 궁금해 하는 용서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를 말씀드릴까 합니다.

“용서는 마음을 다해 해야 하나요? 진심이 담겨있지 않으면 용서가 안 된 것인가요?”하는 질문이 가장 많습니다.

답은 “그렇지 않습니다” 입니다. 간혹 진심이 담겨있지 않은 용서는 용서가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람의 마음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입니다. 용서는 마음이 용서하고픈 생각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주는 것이 가장 소중한 용서입니다. 그런 용서는 엄청난 결단과 의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 가족을 해코지한 사람을 용서해주는 사람들은 성인 대열에 들어설만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에게는 무리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의식과 무의식으로 구성돼있고 또 자아도 어른의 자아, 어린아이 같은 자아들로 구성된 아주 복잡 미묘한 것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마음을 하나로 만들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진심을 다해서 용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다른 사람을 용서하기 힘들다고 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는 자기 용서가 안 된 분들이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나를 절대로 용서할 수 없어” 하는 분들은 늘 정죄하고 단죄하는 상태에서 살기에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이분들은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훈련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용서는 누구를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용서는 사실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해야 하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용서하지 않으면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해서 정작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자기 시간을 낭비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용서란 쓸데없는 생각을 털어버리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누군가를 용서할 수가 없어서 날밤을 새기조차 할 때에는 자신과 자문자답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네가 이렇게 하는 것이 너에게 어떤 이득이 될까? 네가 이런다고 그 사람이 달라지거나 너에게 와서 사과를 할까?”하고 말입니다.

사람의 마음 안에는 손익계산서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에게 손해가 된다 싶으면 접어버릴 수 있는 것입니다.

■ 마태 6,14-15

“너희가 다른 사람들의 허물을 용서하면,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하실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으면,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허물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