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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학교를 찾아서] (19)대철중학교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3-05-09 수정일 2023-05-09 발행일 2023-05-14 제 3343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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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인성교육… 더불어 행복한 미래 열어주는 학교
전교생 86명에 교원 16명
자연과 어우러진 작은 학교
교과 수업과 동아리 활동 등
모든 활동에 인성교육 포함

대철중학교 전경.

“저희 학교에는 학교폭력이 없어요.”

교사들이 모를 학생들 간에 괴롭힘이 있지 않을까 싶어 질문을 하자, 학생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그 이유는 학교 교육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학생들은 더불어 함께하는 기쁨을 학교에서 배웠고 누군가의 아픔을 모른 척하지 않는 아이로 성장하고 있었다. 학생 수가 적어서 가능한 것만은 아닐 터. 교사들은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바른길로 이끌었고, 학생들은 교사들의 가르침을 따르며 올바르게 세상 보는 법을 배웠다. 꿈같은 교육이 실현되고 있는 충남 서산 대철중학교(교장 정영희 마리 가우디아 수녀)를 찾았다.

대철중학교가 생태교육의 일환으로 매주 금요일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줍는 ‘그린워킹’ 활동에 참여한 학생들. 대철중학교 제공

전자칠판과 태블릿 PC를 활용해 수업하고 있는 대철중학교 교실 모습.

■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여는 교육

1958년 3월 8일 문을 연 대철중학교는 대전교구 대지학원 산하 교육기관이다. 14살에 순교한 유대철(베드로) 성인의 이름을 따왔다. 충남지역에서 선구적으로 인성교육을 시행한 대건중·고등학교와 발맞춰 일찍부터 전인교육을 실천한 대철중학교는 2012년 교육부로부터 창의·인성 모델학교에 선정됐고, 2018년 3월 혁신학교로 새 출발을 했다.

학교는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여는 대철교육을 목표로, 학생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계인, 새로운 생각으로 내일을 여는 창의인, 스스로 제 삶을 가꾸어 가는 자율인, 자연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영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전교생 86명에 교장과 보직교사를 포함한 교원 16명인 작은 학교. 시내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대철중학교는 자연 속에서 고요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교문 문턱을 넘자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잘 가꾼 정원과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학생들의 웃음소리는 생명이 움트는 에너지가 전해졌다.

■ 전인교육의 순기능 보여주다

한국 가톨릭학교 교육 헌장에 따르면, 가톨릭학교는 복음화와 전인교육을 사명으로 삼는다. 전인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균형 잡힌 인격체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철중학교는 인성교육이 어떻게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바꾸어 놓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전 학년 팀을 이뤄 진행되는 ‘나·너·우리’ 인성교육. 매달 2번 열리는 이 교육은 친구 자랑 글쓰기, 장애인의 어려움 체험하기, 또래 상담을 통한 친구 간 갈등 해결 등 프로그램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2학년 박주영(베드로)군은 “전교생이 함께하기 때문에 선후배 간에 관계가 좋아지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타인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나에 대해 고민하면서 좋은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인성교육은 교과 수업 안에서도 이뤄진다. 국어 시간에는 타인을 배려하는 글쓰기 지도를 한다거나 과학 시간에는 과학기술의 사회적 문제에 대해 토의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인성을 자연스럽게 배운다.

수업뿐 아니라 동아리, 지역사회 연계프로그램을 통해 환경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대철중학교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생각하며 학생들이 환경을 위해 주도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줍는 ‘그린워킹’에 1년 넘게 참여하고 있는 2학년 김민수군은 “큰일은 아니지만, 지구를 위해 작은 실천을 하고 돌아오면 제가 특별해진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다”며 “그린워킹을 하면서 평소에도 환경에 대해 생각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학생·교사·학부모 손 잡고 걷다

교과 수업은 물론이고 창의적 체험활동, 인성교육, 환경교육, 방과 후 학교, 진로상담교육, 토요일에 열리는 스포츠 데이까지. 교사 16명이 소화하기에 녹록지 않을 것 같은 업무량이지만 대철중학교에서는 단 한 번도 못하겠다고 말하는 교사가 없었다.

노진영(마리로사) 교사는 “사적인 자리에서도 아이들 이야기만 할 정도로 모든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하신다”며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한 일이기에 자기가 맡은 프로그램 외에도 다른 선생님 것을 도우며 함께 동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3일 열린 체육대회에는 학생들만큼 많은 학부모가 참석했다. 학생 86명의 작은 학교지만 학부모의 참여도는 큰 학교에 뒤쳐지지 않는다. 학교 행사 참여도가 높다는 것은 아이에게 관심이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 대철중학교는 자녀와 소통하는 대화법, 학부모 힐링 강좌, 가족캠프 등으로 구성된 학부모 아카데미를 매달 운영하며 학부모와도 동행하고 있다.

대철중학교 교장 정영희 수녀는 “5명 남짓이던 학부모 아카데미 수강생이 지금은 20여 명으로 크게 늘었다”며 “자녀와 관련된 것들을 배우면서 가정에도 변화가 생겼고, 긍정적인 변화가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전해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 ‘거울’이자 ‘버스정류장’인 학교

점심시간이 되자 작은 식당이 아이들로 북적인다.

“주영아, 선생님 와플도 먹을래?”, “민수는 어제 열심히 뛰더니 피곤해 보이네, 많이 먹어.”

함께 밥을 먹는 교사들은 아이들 이름을 하나 하나 부르며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늘 계획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들에게서 교사의 관심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찾을 수 없다. 그동안 교사와 가깝게 소통하고 일상을 나눠왔다는 것이 짧은 순간 전해졌다.

3학년 장성원군은 “선생님이 저희와 친하게 지내다 보니 학생들의 작은 변화도 금세 눈치를 채신다”라며 “우리 학교에 학교폭력이 없는 이유는 학생들, 선생님 모두가 친하고 서로에게 관심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누군가에겐 입시를 위해 공부하는 공간일 뿐인 학교가 누군가에겐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좋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배움터가 되고 있었다. 15~16살 청소년들이 전한 대철중학교의 의미는 학교 교육이 무엇을 향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대철중학교는 저에게 거울이예요. 보지 못한 것을 보여주는 거울처럼 학교에서 몰랐던 제 장점을 찾고 탐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죠.”

“저는 시골에서 도시로 가는 버스정류장이라고 생각해요. 더 좋은 곳으로 보내주려는 선생님들의 노력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죠. 저는 선생님이 운전하는 버스를 타고 행복하고 좋은 어른이 되는 길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정영희 수녀는 “친구가 행복해야 내가 행복해질 수 있고, 그렇게 모두가 행복한 것이 참 행복”이라며 “대철중학교 아이들이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알 수 있도록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함께 동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꽃 인성 미술 시간에 꽃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 학생들. 대철중학교 제공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