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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기자 단상] 제주 4·3 사건과 부활

이상주 라파엘 명예기자
입력일 2023-04-18 수정일 2023-04-19 발행일 2023-04-23 제 3340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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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 예수님.

수난하고 십자가에 못 박혀 숨을 거두고 무덤에 묻혔던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경축하는 축일이 들어있는 사월입니다. 온갖 꽃들이 사방팔방 피어나고 새싹들이 돋아나며 연초록빛 나뭇잎들이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사월입니다. 겨우내 웅크려 지내며 추위를 견뎌낸 꽃들이 화사한 봄을 만드는 것은 참회와 희생, 극기, 회개와 기도로써 사순 시기를 보내고 마침내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보는 듯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경축하고 주님의 사랑과 평화가 온 누리에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사월이 되면 펼쳐지는 아름다운 자연과는 달리 무거운 슬픔과 어두움에 잠기는 섬이 있습니다. 제주도입니다. 1948년 4월에 일어난 비극으로 인하여 무려 3만 여 명의 도민이 희생당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처참한 상황을 그저 힘없이 바라만 봐야했던 때가 제주의 사월입니다. 유족이라는 이름으로 남겨진 이들은 75년이 지난 지금도 슬픔과 아픔을 지니고 살고 있습니다.

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님은 “제주 4·3 사건을 기억하는 것은 우리의 역사적 과제로, 오늘날 제주 4·3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 타자, 특히 희생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하십니다. 또 “그 대상은 그날에 희생된 사람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죽음을 목격한 사람들, 죽음 앞에서 공포에 떤 사람들, 가까스레 목숨을 구한 사람들, 희생자의 부모와 형제 자식 친지들,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들 모두가 귀 기울여할 사람들”이라고 강조하십니다.

또 “우리는 역사 앞에서, 그리고 닥쳐온 위기들 앞에서 어둠의 세력에 저항하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힘이 다시금 필요함을 고백한다”고 부활 담화에서 설명하셨습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요한 14,27)고 주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우리에게 주신 사랑과 평화를 한 톨의 낭비 없이 신앙인들 스스로가 먼저 나누고 서로 반목하지 않고 먼저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그렇게 주님의 말씀을 따라 살려고 항상 기도하는 것이 참된 신앙인의 모습임을 가슴 깊이 새깁니다.

주님의 영광된 부활의 기쁨이 온전한 사랑과 평화가 되어 아픔과 슬픔을 짊어진 많은 이들에게 진정한 위로가 되어주길 또 기도합니다.

“낙심하지 말고 계속 좋은 일을 합시다. 포기하지 않으면 제때에 수확을 거두게 될 것입니다.”(갈라 6,9)

2019년 4월 19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십자가의 길.

이상주 라파엘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