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건달바 지대평」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3-04-04 수정일 2023-04-04 발행일 2023-04-09 제 3338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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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명 지음/312쪽/1만6000원/나무와숲
자발적 건달의 인간다운 삶, 빠른 현대사회를 꼬집다
구자명(임마쿨라타) 작가가 25년에 걸쳐 쓴 건달 연작 6편을 묶은 연작소설이 책으로 나왔다.

건달을 소재로 한 소설이라니 우스꽝스럽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사실 구 작가와 ‘건달 소설’은 깊은 인연이 있다. 구 작가의 등단작 ‘뿔’이 ‘건달 소설’이었고, 이후 연작 2편을 모아 첫 소설집 「건달」을 냈다. 그리고도 20여 년의 세월 동안 4편의 후속작을 집필해 이번에 연작 장편을 출간한 것이다.

왜 건달일까. 구 작가는 아버지 구상(요한 세례자) 시인 덕분에 예술에 몰두해 마치 건달처럼 살아가는 예술가들을 자주 만나곤 했다. 작가는 “별나다고만 생각했던 그들이 나와 별다른 존재가 아니며, 그들과 함께할 때 내가 가장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고 말하며 책을 쓴 계기를 전한다. 제목에 담긴 ‘건달바’는 향기만 먹고 살며 음악을 관장하는 천신이자, 건달의 어원이기도 하다.

자칭 건달인 지대평은 직장에 몸 바쳐 일하던 아버지와 형의 죽음을 계기로 힘들게 노력해야 하는 어떤 일도 하지 않고 살겠다고 결심한다.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건달, 지대평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건달의 정체성을 꿋꿋하게 지켜나간다. 지대평이 그려나가는 이야기에는 건달의 삶, 그리고 건달로 살아가는 지대평이 어떻게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변화하며 정체성을 형성해나가는지를 다룬다.

수고로움을 멀리하는 게으르고 심심한 삶. 그러나 지대평은 막역지우의 죽음과 지인들의 고통을 마주하고 여러 사람과 만나면서 삶의 존재론적·방법론적 질문을 파고든다. 나아가 첫사랑이었던 인실과의 깊은 대화를 통해 ‘의미 있는 삶’을 생각해나간다.

건달이 말하는 인간다운 삶은 빠르고도 빠른 현대사회를 곱씹게 해준다.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 그리고 비약적 발전으로 점점 더 복잡하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인간의 삶이란 무엇일까. 구 작가는 “시간의 흐름에 우리, 건달들은 어찌 대처할 것인가? 시간은 우리의 존재론적 선택에 따라 흐름의 빠르기를 달리한다”며 “그 흐름 위에 우리의 생은 어떻게 보금자리 칠 것이가? 내 문학 여생의 과제로 안고 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