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제26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신인상 수상자 이주란 작가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3-04-04 수정일 2023-04-04 발행일 2023-04-09 제 3338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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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 소소한 인물들의 ‘커다란 마음’ 그리고파”
첫 장편소설… 응원받은 기분
슬픔 가진 조용한 사람들이
삶을 이어가는 모습에 주목

“첫 장편소설을 쓰면서 많이 힘들기도 하고 불안감도 있었거든요. 생각지도 못한 수상 소식에 너무 감사했고, 응원 받는 것 같아서 기뻤어요.”

「수면 아래」로 제26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한 이주란(38) 작가는 “수상이 기쁘지만 그 무게도 느낀다”면서 “그냥 문학상이 아니라 ‘한국가톨릭’문학상이라는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어떤 일이 하나 있으면, 슬프기만 하거나 사랑하기만 하거나 둘 중 하나만이 아니고 많은 감정이 있는 것 같아요. 오래 만났으니까 더 슬프기도 하지만, 그래서 여전히 사랑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수면 아래」는 아이를 잃은 큰 아픔을 겪고 헤어진 부부가 시간이 흘러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그리고 사랑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 사랑의 모습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마치 제목처럼 ‘수면 아래’에서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한 전개가 인상적이다.

이 작가가 ‘수면 아래’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 것은 도롱뇽 덕분이다. 이 작가는 봄이 다가오는 어느 더운 날 백사실 계곡을 찾았다. 얼어 있는 계곡을 보던 이 작가는 ‘도롱뇽 서식지’라는 팻말을 마주하고는 ‘도롱뇽 서식지라는데 이렇게 꽁꽁 얼면 도롱뇽은 어떻게 됐을까’라는 궁금증에 빠졌다. 후에 검색해보니 도롱뇽은 아직 겨울잠을 자는 시기였다.

이 작가는 “도롱뇽들은 알아서 자기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나는 내 관점에서만 도롱뇽을 생각했다는 것을 느꼈다”며 “물속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구나, 어쩌면 물속에 거의 모든 것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제목을 ‘수면 아래’라 정했다”고 밝혔다.

“「수면 아래」는 계절이 가는 걸 느끼지 못할 정도로, 처음으로 힘들게, 열심히 쓴 소설이에요. 퇴고할 때는 다시 보기가 두려울 정도였어요.”

2021년 한 해는 「수면 아래」를 쓰는 데 모두 쏟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등장인물의 감정에 몰입하며 책상에 붙어있었던 것은 예사였고, 어떤 때는 일주일 내내 소설을 생각하면서도 한 글자도 써내지 못하는 괴로움도 겪었다. 그 시간 동안 마치 연기를 하듯 등장인물 안으로 들어가려 노력했다.

그동안 단편만을 써왔고, 또 글이 막혀본 경험이 없던 이 작가에게는 인고의 시간이었다. 퇴고에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서 원고지 800매가 넘던 글이 500매도 안 되는 분량으로 압축됐다. 그런 글이기에 박연준 시인은 「수면 아래」가 “시 없이 시로 가득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동안 소설 안에 ‘감정’을 표현하는데 주력해온 이 작가는 앞으로 또 다른 모습의 소설로 도약하고자 정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작가는 앞으로도 소소하고, 평범하다고 여겨지는 인물들이 소설의 중심에 서는 그런 이야기를 써 내려갈 생각이다. 소소한 일상이라고 비칠지 몰라도, 사람의 ‘커다란 마음’을 바라보는 이 작가는 오히려 가장 특별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라고 전한다.

“저는 세상 모두를 돕고 사랑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곁에 있는 한 사람은 사랑할 수 있어요. 내 주변의 단 한 명에게 최선을 다하고 살면 세상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마다 슬픔을 가진 조용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어요.”

■ 이주란 작가는…

2012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선물」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모두 다른 아버지」, 「한 사람을 위한 마음」, 장편소설 「수면 아래」가 있다. 젊은작가상, 김준성문학상을 수상했다.

■ 수상작 「수면 아래」

어린 시절부터 평생을 함께해오다 결혼한 두 사람이 커다란 상실을 겪은 뒤 다시 삶을 회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2021년 「주간 문학동네」 연재를 통해 선보인 뒤 세심한 퇴고 과정을 거쳐 출간됐다. 특히 일상이라는 풍경 속에서 깊은 감정의 울림을 전하는 이 작가 특유의 감수성이 잘 드러난다.

소설 속 두 사람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에 헤어졌지만, 완전히 이별하지는 못한 채 가까운 거리에서 일상을 공유하며 살아간다.

서로를 아끼지만, 동시에 서로에게 고통의 기억을 지닌 두 사람이 평범해 보이는 삶 안에서 세상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감동을 전한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