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교황 즉위 10주년] 프란치스코와 함께, 교회는 어디로 향하는가?(하)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3-03-21 수정일 2023-03-21 발행일 2023-03-26 제 3336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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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의 가난한 교회 촉구… 쇄신된 교회로 한걸음 내딛어

성 소수자·이혼 후 재혼 신자
사목적 동반에 대해 논의
규제 없는 자본주의에 의한
경제적 불평등 해소 촉구

보수 진영의 비판 이어져도
‘야전병원’으로서의 역할 강조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가르침과
시노드 정신 바탕으로 개혁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나아가서 그들의 고통을 치유해 주는 ‘야전병원’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사진은 2021년 12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리스 난민캠프를 방문해 이주민들로부터 쪽지를 받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CNS 자료사진

지난해 12월 31일,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선종하자 많은 이들이 교회 안에 거센 파열음이 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즉위로 시작된 보수와 진보의 긴장과 갈등이 표면 위로 드러날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선종 직후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개인비서 게오르그 겐스바인 대주교의 인터뷰가 언론에 공개됐다. 그는 회고록에서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긴장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전 신앙교리성(현 신앙교리부) 장관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도 같은 달 발간한 책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정책이 성경의 가르침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1월 11일 선종한 호주의 조지 펠 추기경은 익명의 메모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 통치 방식이 두 전임 교황과 일치하지 않는, ‘재난’에 해당한다고 적은 사실이 밝혀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월 5일 콩고와 남수단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내에서, 일부 성직자들이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선종을 ‘도구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행위는 비윤리적인 것이며, 이들은 “교회가 아니라 당파에 속한 이들”이라고 반박했다.

10년 재위, 끈질긴 보수의 비판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위 10년 동안 보수 진영의 비판과 저항은 지속됐다. 물론 이는 선정적 보도들처럼 정치적 암투에 속하는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보수적 입장과 개혁의 바람은 긴장과 갈등의 모습을 띠고 있다.

저항은 주로 영어권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교황의 열렬한 수호자들이었던 이들이 현직 교황을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 로마 특파원 크리스토퍼 램은 “그들은 훈계하는 교회, 현대성의 피신처, 비판하고 평가하며 진보적 안건들을 반대하는 요새로서의 교회를 원한다”고 말했다.

보수주의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적 동반’이 동성애, 낙태, 혼인의 불가해소성 등에 대한 교리를 명확히 하지 않음으로써 ‘혼란’을 야기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를 ‘야전병원’으로 제시한다. 그 안에서 성체는 완전해진 자들의 포상이 아니라, 병자의 치료약으로 이해된다.

보수, 상대주의로부터 교회 수호

애당초 저항은 남아메리카 출신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되면서부터, 교황의 상징물들을 걸치지 않고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나서서 소박한 저녁 인사와 기도의 청원을 하던 순간부터 예정됐다. 첫 사목방문지로 람페두사 섬을 선택하고, 주님 만찬 미사 때 이슬람교도와 여성들을 포함한 12명 수감자들의 발을 씻고, 언론들과 격의 없는 인터뷰들을 하면서 저항은 본격화됐다.

미국 보스턴 칼리지의 캐서린 케이브니 교수는 “보수파들은 두 전임 교황의 교황직 수행의 핵심을 상대주의를 거슬러 진리를 선포하는 것으로 여긴다”며 따라서 교회는 자기 입장을 고수하고, 규율을 수호하며, 세상과는 다른 공동체로 남는 것이 주요한 관심사라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는 이것이 주된 관심사가 아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복음의 기쁨」은 사목적 동반의 전망, 고삐 풀린 자본주의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을 비롯해 사회 정의 문제를 담았다. 적지 않은 이들이 교황을 극단적인 자유주의자라거나 심지어 마르크스주의자로 지목했다.

저항은 더 노골화됐다. 2014년과 2015년 가정을 주제로 세계주교시노드가 열렸다. 성 소수자 가정, 이혼 후 재혼한 신자들에 대한 영성체 허용 문제 등 첨예한 윤리적 문제들이 논의됐다. 미국의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과 호주 조지 펠 추기경 등은 논의 자체를 불편해했고 이혼 후 재혼한 신자에 대한 영성체 금지를 주장했다.

사목적 동반과 현대성에 대한 두려움

2016년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은 이혼 후 재혼 신자의 영성체 허용 가능성을 부분적으로 열었다. 파장이 일었다. 버크 추기경 등 4명의 추기경이 5개 질문을 담은 문서를 발표했다. 교황은 답을 주지 않았다.

영국 언론인 오스틴 이버리는 2019년 자신의 저서 「상처 입은 치유자: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회 회심을 위한 투쟁」에서 “「사랑의 기쁨」은 이혼 후 재혼자들에 대한 사목적 동반의 길을 모색했다”며 “혼인의 불가해소성을 훼손하지 않았지만 보수파들은 현대성에 대한 굴복의 두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교황은 참된 가톨리시즘으로 가장한 보수적 이념의 실체를 드러냄으로써 보수파들의 분노를 불러왔다. 이후 보수파는 교황청과 중국과의 관계나 이슬람 세계와의 화해 움직임 등 모든 사안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미국 주재 교황청 대사를 지낸 카를로 비가노 대주교는 2018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한 교황청 고위 관리들과 미국의 가톨릭 지도자들이 전 워싱턴 대교구장 시어도어 맥캐릭의 성추행과 관련된 제재를 무효화했다며 교황의 사임을 요구했다. 주장의 근거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참여한 주교들 중 누구도 철회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있다.

공의회 정신과 시노달리타스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 개혁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교황은 처음부터 세례의 우선적 의미를 강조했다. 성직주의의 폐해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비판은 세례의 우선적 의미와 가치에 대한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는 평신도-성직자의 견고한 이분법적 사고로부터 벗어나 교회의 공적 직무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이해를 제시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에 대한 표상인, ‘야전병원’으로서의 교회 공동체는 스스로 가난한 이들의 가난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촉구다. 울타리 안에 갇혀, 높은 곳에서 단죄하는 교회가 아니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변방으로 나아가서 그들의 고통과 질병을 치유해 주어야 한다는 복음적이고 선교적 교회의 표상이다.

시노달리타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 개혁과 쇄신에서 가장 자주 중요하게 반복되는 주제다. 이미 가정을 주제로 한 두 차례의 세계주교시노드와 아마존 세계주교시노드에서 부분적으로 엿볼 수 있었던 시노달리타스의 실현 노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를 통해 가장 집중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참된 교회 개혁을 위한 문을 열다

지난 10년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조치들은 획기적인 것은 아니다. 교회 안의 보수파들에게서와 마찬가지로 진보주의자들 역시 지난 10년의 개혁 성과들에 충분히 만족하지 않는 듯하다. 교회가 경직된 율법주의, 관습과 전통에 메인 완고한 보수주의의 울타리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듯이, 민주주의적 원리에만 지배되는 자유주의적 단체로 이해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황은 시노드는 의회가 아니라고 수없이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온전히 개혁된 교회, 복음과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에 바탕을 둔 교회 공동체를 향한 쇄신 여정의 문을 지난 10년 동안 열고 있다. 비록 아직 그 문이 활짝 열려 있지 않다고 해도, 적어도 걸쇠를 젖히고 문고리를 돌려, 제삼천년기 쇄신된 교회의 문으로 한걸음 내딛고 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