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하느님 사람으로 커 나가는 복사단 친구들 / 정희성 베드로 신부

정희성 베드로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입력일 2023-02-21 수정일 2023-02-21 발행일 2023-02-26 제 3332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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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에서 해마다 첫영성체 예식이 가까워지면 교육을 마치고 첫영성체를 준비하던 초등부 아이들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왜냐하면, 첫영성체 예식이 끝나면 초등부 주일학교 여러 부서 가운데 하나 정도를 선택해 다른 친구들과 함께 활동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때로 친한 친구를 따라 활동 부서를 선택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물론, 아무런 선택도 하지 않기를 희망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중 초등부 복사단이 있습니다. 어린이미사 때 혹은 다른 미사 때마다 복사를 서며 주례 신부님을 도와주는 역할을 맡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제대 위에서 복사 옷을 입고 서 있다는 것과 신부님과 친하게 어울리는 기존의 복사단 형·언니들 모습을 보고 복사단 가입을 희망합니다.

복사단을 선택한 친구들은 첫영성체가 끝난 후부터 교육을 받게 됩니다. 정해진 기간 매일미사를 나와야 하고 복사 연습도 합니다. 이때에는 부모님 역할도 중요해집니다. 아이가 정해진 과제들을 다 하기 위해서는 부모님 도움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새벽미사에 참례하는 아이를 위해 부모님도 새벽미사 참례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정해진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주어진 과제들을 마치고 나면, 이제 복사단 가입식과 선서식이 이어집니다. 보통 어린이미사 때에 다른 친구들 앞에서 처음으로 복사 옷을 입고 미사에 참례하면서 복사 단원으로서의 의무를 수행하겠다고 선서합니다. 그러고 나면, 소(小)복사로서의 임무를 시작으로 처음 복사를 서게 됩니다. 긴장한 채 바라보고 계시는 부모님 시선을 뒤로 한 채, 떨리는 마음으로 첫 복사를 섭니다.

대(大)복사 선배들 눈짓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장궤를 하지 않고 서있기도 하고 긴장이 살짝 풀어지는 강론 시간에 졸기도 합니다. 또한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해 멍해져 있다가 울음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첫 복사를 무사히(?) 서고 나면, 부모님들을 비롯한 모두가 축하해 줍니다.

모든 과정을 무사히 통과하고 나면, 복사단원으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됩니다. 성당에서 전례 봉사를 해 주시는 어른들과도 친하게 되고, 제의방에서는 신부님과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가 됩니다. 성당 안에서 조금은 특별한 봉사의 임무를 수행하며 자신의 존재와 역할을 성당 어른들 모두가 인정해주고, 또 인정받음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교회 미래가 그 아이들에게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성당에서 봉사자로서 특별히 긍정적인 체험을 하고 커 나가기에, 그 친구들은 세상 속에서 살아가면서 언제든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 함께 고민할 수 있고, 함께 노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사람으로 성장하는 그들에 의해 내일의 교회는 또 변화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도 열심히 복사를 서는 모든 복사단 친구들에게 하느님 축복이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정희성 베드로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