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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신약성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8) 회개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3-02-21 수정일 2023-02-21 발행일 2023-02-26 제 3332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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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 나 자신-이웃-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
건강한 회개는 관계에 중점
기도로 하느님과 관계 쌓고
이웃 사랑·자존감 키우는 것

건강한 회개는 ‘절대로 죄를 지으면 안 된다’는 강박과는 다르다. 나와 하느님, 나와 너, 나와 나의 관계를 회복해 자존감과 자신감을 찾아가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회개이다.

■ 세례자 요한도, 예수님도 “회개하라”고 말씀하십니다. ‘회개’라고하면 어쩐지 거리에서 외치는 구호가 떠올라서 불편하기도 하고, 정확히 어떻게 하는 것이 회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회개할 수 있을까요?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지만 회개하라는 말이 한때 교회 안에서 회자 됐습니다. 성당이건 교회건 간에 회개하라는 신앙구호가 남발하면서 신자들의 마음에 적지 않은 부담감을 안겨줬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회개인지, 어떤 삶이 회개하는 삶인지 구체적인 가르침 없이 던져진 신앙의 명제들은 신자들의 마음 안에서 압박하는 언어로 변형돼 갈등을 일으켜 왔습니다.

‘이제부터는 절대로 죄를 지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완전하고 거룩한 삶이 회개하는 삶’이라 여기는 생각들이 죄를 짓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인간적 환경적 조건 안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큰 짐으로 지워졌습니다. 더욱이 종교인들은 신자들의 회개를 종용하면서 자신들은 마치 회개한 사람인 양하며 무의식적인 ‘권력질’, ‘종교갑질’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회개란 무엇인가? 내 안의 시들어가는 꽃을 피우는 내적인 작업을 회개라고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들 안에 고유한 아름다움을 가진 꽃을 주셨는데, 이 꽃들은 관계에 의해서 피어나거나 시들어버립니다. 주변과 관계가 좋은 사람들은 건강하고 관계가 망가지면 병들거나 죽음을 맞습니다. 즉 사람은 관계 안에서 살다가 관계 안에서 죽는 관계적 존재입니다.

사람이 관계를 맺는 것은 세 방향입니다 ‘나와 하느님’, ‘나와 너’,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와 나’와의 관계입니다. 이중에서 ‘나와 하느님’, ‘나와 너’의 관계 맺기는 잘 알고들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중에서 우리가 가장 모르고 무심하고 때로 무지하기조차 한 것이 바로 ‘나와 나’의 관계입니다. 내가 나를 싫어하거나 미워하면 생기는 것이 우울증인데 열심한 분들일수록 이 증세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심지어 자신을 극단적으로 미워할 경우 종교적 정신병에 걸릴 위험도 큽니다. 이런 분들일수록 강박적인 회개를 외치고 이분법적인 구원론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내 안의 꽃을 피우기는커녕 시들게 하거나 죽게 하기 일쑤입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어둠 속에 앉은 백성”, “죽음의 그늘진 땅에 사는 사람들”은 바로 이런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인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회개는 망가진 관계를 회복하는 작업입니다. 기도로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다른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돌보아주면서 관계를 회복하는 것.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고 이해하면서 자기자존감과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 이 세 가지가 진정한 의미의 회개입니다.

그래서 진정으로 회개한 사람들은 감정표현이 자유롭고 다른 사람들을 편하게 해줍니다. 그러나 병적인 회개를 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강압적인 신앙을 강요하고 불편함을 안겨줍니다. 요즈음 사이비 종교인들이 거짓 회개를 외치면서 많은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어서 더더욱 건강한 회개에 관심을 가질 때입니다.

■ 마태 4,12-17

예수님께서는 요한이 잡혔다는 말을 들으시고 갈릴래아로 물러가셨다. 그리고 나자렛을 떠나 즈불룬과 납탈리 지방 호숫가에 있는 카파르나움으로 가시어 자리를 잡으셨다. 이사야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 “즈불룬 땅과 납탈리 땅 바다로 가는 길, 요르단 건너편 이민족들의 갈릴래아,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이 큰 빛을 보았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고장에 앉아 있는 이들에게 빛이 떠올랐다.” 그때부터 예수님께서는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하고 선포하기 시작하셨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