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국 가톨릭 조각계 거장 4인 특별기획전 ‘분화(分化)’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3-02-07 수정일 2023-02-07 발행일 2023-02-12 제 3330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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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김종영의 예술관, 한국 조각사 100년으로 분화되다
故 김종영 조각가 계보 이은 제자들
송영수·최의순·최만린·최종태 작가
주체적인 한국의 조형 언어 모색
3월 26일까지 서울 김종영미술관

최종태 ‘얼굴’(청동, 1997).

송영수 ‘효Dawn’(철, 1957).

한국 가톨릭 조각계 거장 4인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2월 3일부터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명예관장 최종태 요셉)에서 열리고 있다.

3월 26일까지 이어지는 특별기획전 ‘분화(分化)’에서는 송영수(미카엘·1930~1970), 최의순(요한 비안네·1934~), 최만린(알베르토·1935~2020), 최종태(요셉·1932~) 작가 등 해방 후 1세대 조각가들이 고(故) 김종영 조각가(프란치스코, 1915~1982)에게 교육받고 어떻게 ‘분화’돼 한국 조각사가 이어져 왔는지 살필 수 있다.

김 조각가 제자인 4인은 모두 1950년부터 1954년 사이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 입학했다. 김 조각가 지도로 이들은 조소를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김 조각가와 함께 모교에서 후학을 지도했다. 6·25 전쟁을 포함해 시대적으로 힘든 상황 속에서도 당시로서는 큰 용기로 조각가의 길을 택한 이들은 같은 스승에게 지도받았지만, 걸은 길은 달랐다.

최의순 ‘상(像)09’(석고, 2009).

최만린 ‘일월(日月)96-1-1’(청동, 1994~96).

송영수 작가는 일찍이 철조 조각 선구자로서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수용하며 조각 여러 문제에 관심을 보였고, 최의순 작가는 서구 조각 흐름을 온전히 살피기 위해 노력, 현재와 같은 석고 직조 작업에 이르렀다. 최만린 작가는 서구 인체 조각 그늘에서 벗어난 길을 모색했고, 동양 모필과 서양 연필 차이점을 자각한 데에서 비롯한 추상 작업을 펼쳤다. 최종태 작가는 평생을 혼돈 속에서도 삶을 영위해야만 하는 인간 숙명을 통해 인간 존재를 성찰하며 오로지 인간을 조각했다.

이 같은 분화에도 4인의 예술관과 태도를 살피면, 김종영 조각가에게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서구 동시대 미술에 편승하려는 미술계와 거리를 두며 주체적으로 한국 미술 담론을 생산할 것을 김 조각가는 역설했고, 4인은 그 지향을 토대로 각자 처지와 관심에 따라 작품 세계를 전개했다. 주체적인 조형 언어를 모색한 점은 그들이 김 조각가에서 분화했음에도 맥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고, 이번 전시에서는 이를 알 수 있는 작품 5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김종영미술관 박춘호(토마스) 학예실장은 4인에 관해 “한국 조각계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고, 김종영 스승 뒤를 이어 한국 조각사 100년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맥락 속에서 전시를 통해 네 분 작가가 김종영 작가 뒤를 이어 어떻게 한국 조각사에 한 페이지를 썼는지, 새로운 시각에서 살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