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마음의 양식과 울림이 되어주는 음악 / 오현주

오현주 카리타스,제2대리구 분당이매동본당
입력일 2023-02-07 수정일 2023-02-07 발행일 2023-02-12 제 3330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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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분당 아름마을의 이매동성당 건너편 방아다리 아래에서는 1999년 4월부터 10월까지 토요일 어스름 초저녁이면 주민들을 위한 탄천 색소폰 소야곡 공연이 열렸다. 아마도 분당 지역의 초기 원조 버스킹 단체가 아닐까 싶다. 밴드 대표 요셉님 권유로 2010년쯤 남편과 나는 연주자 및 매니저로 입단했고 지금은 매니저와 퍼커션을 담당한다.

비영리 단체로 봉사를 지향하는 차별화된 연주 단체임을 자부하며 사회복지시설, 요양원, 병원, 지자체를 비롯한 성당·수도회 행사에 참여했고 필리핀 해외 봉사도 했다. 지금은 스페인 공연을 계획 중이다. 소수의 음악 단체로 일과 봉사를 함께하며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가지 못하고 더 힘들게 지내고 있을 필리핀 아이들…. 그들과 3년간 이어졌던 음악 인연은 나의 신앙생활에 확실한 이정표가 됐다. ‘바꼴 롯의 카르멘 살레스 스쿨’에서 까만 눈동자에 호수같이 맑은 순수한 아이들이 따뜻하고 밝은 미소로 어려운 환경 안에서도 감사하며 기쁘게 살아가는 모습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했다. 첫 번째 방문 때 리코더와 멜로디언을 통해 기초 악기를 접하게 하였다. 두 번째 해엔 훌륭한 수녀님과 교사들 노력으로 우리 공연에 합주로 동참했다. 세 번째 해엔 고등학교 학생들이 밴드를 구성해 ‘Wonderful tonight’ 곡을 선물해 줬다.

오지 마을 ‘바투안 학교’에서는 외부 공연이 처음 있는 일이라 교사와 학부모 및 아이들 그리고 지역 주민 모두가 참석하는 동네 잔칫날 분위기를 자아냈다. 공연 후 학부모들은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도 아낌없이 맛있는 향토 음식을 만들어 대접했다. 잊을 수 없는 만찬이었다.

‘빈센트 요양원’ 공연도 인상 깊다. 여기서 퍼커션과 율동 담당인 나는 하와이안 차림을 하고 연주에 맞춰 춤을 췄다. ‘아낙’ 노래를 해마다 신청하시는 아버님과 자신만의 창작 무용으로 예쁘게 차려입으시고 춤을 추시는 어머니는 어찌나 춤을 잘 추시던지…. 언제나 헤어질 땐 살아서 만날 수 있기를 기약하며 미사 중에 성가 연주로 보답해 드렸다.

‘빠야따스(쓰레기섬) 성당’은 좁고 낡은 판잣집과 온통 사방에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어 조금은 충격적이었던 곳이다. 하지만 미사 때가 되면 모든 일을 멈추고 성당으로 향하는 그들의 거룩한 행렬이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왔다. 수도회 기념일 행사로 수십 명의 수녀님들이 함께 미사와 공연을 봉헌한 기억이 있다. 영화 ‘시스터 액트’ 주제곡 ‘I will follow him’을 연주할 때는 신부님과 수녀님, 신자들 모두 온 마음과 온몸으로 주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릴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지친 이 시기에 위로와 힘이 되어 주는 한 끼의 따뜻한 밥처럼, 마음의 양식과 울림이 되도록 함께하는 연주 위원들, 또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끌어 가시는 요셉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스도를 본받는 사람으로 그분의 발자국을 충실히 따르게 하소서! 아멘!

오현주 카리타스,제2대리구 분당이매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