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생명철학」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3-01-31 수정일 2023-01-31 발행일 2023-02-05 제 3329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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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위기의 시대, ‘생명철학’으로 극복합시다”
인간 생명 고유의 의미와 가치
철학적으로 성찰하는 법 제시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지닌
탈근대 생명철학적 특성 분석

신승환 지음/370쪽/2만3000원/이학사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생명은 과학의 도마 위에 오르고 말았다. 이제 과학은 인간의 수정 순간에서부터 죽는 그 순간까지 생명현상의 거의 모든 순간에 칼을 댈 수 있게 됐다. 마치 생명을 하나의 상품, 하나의 부품처럼 여기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위기의 시대에 생명을 생명이지 못하게 하는 모든 것에 맞서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가톨릭대학교 철학과 신승환(스테파노) 교수는 여기에 ‘생명철학’을 제시한다.

저자 신승환 교수

생명에 관한 철학은 과거에도 많이 제시돼왔다. 그러나 과학·기술문명의 어마어마한 전환이 이뤄지면서 트랜스휴머니즘, 포스트휴머니즘이 등장하는 등 과거의 인간 이해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물론 생명의 조건을 이해하고 밝히는 현대 생명과학은 생명을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생명과학은 생명의 존재론적 특성, 바로 왜 생명이 존재하는가는 해명할 수 없다. 신 교수는 여기에 “생물적 생명을 넘어 우리의 생명을 삶으로 드높이는 철학적 성찰성을 드러내는 사유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신 교수가 책에서 탐구하는 ‘생명철학’은 생명에 대한 어떤 사변적 이론 체계가 아니다. 신 교수는 “생명철학은 생명과 삶으로 드높여져야 한다”면서 “살아 있음의 철학, 살아감의 철학, 생명의 철학적 사유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신 교수가 말하는 생명철학은 이를 위한 사유 행위는 물론이고 이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실천철학까지도 포괄하고 있다. 또한 인간만을 바라보는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생명체의 특성을 근본적으로 사유해나간다.

신 교수는 먼저 생명과학과 생명학이 무엇인지 살피고 철학적 인간학을 통한 생명 이해를 설명한다. 나아가 생명철학의 원리를 바라보면서 동양과 서양이 생명에 관해 어떻게 사유해왔는지, 노자와 니체, 하이데거에 이르는 생명철학을 바라본다.

또 생명담론의 현재를 짚으면서 한국의 생명학과 한스 요나스의 생명철학, 생명정치철학 등 생명철학의 갈래를 다루고 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지닌 탈근대 생명철학적 특성을 분석한 점이 눈길을 끈다. 생태위기를 극복할 접근법과 행동 방식을 거론하며 실천적 길을 제시할 뿐 아니라 인간의 실존적·영성적인 영역까지 통합적으로 고찰하는 「찬미받으소서」를 살펴보면서 탈근대 철학이 지향하는 새로운 사유와 같은 맥락에서 생명철학적 특성을 밝히고 있다.

마지막으로 해석학적 존재론으로 생명철학의 형이상학적 특성을 밝히면서 생명철학이 그 형이상학적 토대 위에서 생명윤리학과 실천철학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