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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봄 맞아 알아보는 ‘전례 꽃’ 성예술의 의미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3-01-31 수정일 2023-01-31 발행일 2023-02-05 제 3329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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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장식 아닌 복음·전례 상징적으로 드러낸 표현

나팔 형태 흰색 백합은 ‘부활’
붉은 맨드라미는 성령을 표현
꽃 형태·색채 등 특성에 따라
성경 속 상징적인 의미 담아

그리스도 상징하는 제대보다
지나치게 크거나 높지 않아야

‘예수 부활 대축일’.

‘성령 강림 대축일’.

얼어붙었던 날씨가 차츰 풀리면서 꽃들도 서서히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2월 4일은 입춘으로, 어느새 성큼 봄으로 접어들었다. 다가온 봄을 맞아 전례를 더욱 풍요롭게 성화하기 위한 ‘전례 꽃’ 성예술의 의미를 알아본다.

전례 꽃 성예술은 그리스도의 복음 말씀을 꽃 등으로 표현한 작품과 그 활동을 의미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122항에서는 성미술 품위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데, 전례 꽃 성예술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다.

“성미술은 그 본질상 인간 작품으로 어느 정도 표현해 보려는, 하느님의 무한한 아름다움을 지향하며, 그 목적은 다름이 아니라 자기 작품으로 인간 정신을 경건하게 하느님께 돌리는 데에 크게 이바지하는 것인 만큼 더욱더 하느님께, 하느님 찬미와 현양에 바쳐진다.”

이처럼 복음을 전하고 하느님을 향해 공동체가 한마음으로 찬미와 현양을 위해 봉헌하는 전례 꽃 작품들은 단순히 화려하고 예쁜 모습을 보이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전례 꽃 작품들은 신자들이 성전에 들어서 기도하고 미사에 참례하면서 그날 전례에 맞게 깊이 기도, 묵상할 수 있도록 복음을 전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렇기에 「전례꽃 작품의 세계」 저자인 농학박사 장정희(마리아) 교수는 작품에 복음적 메시지를 단순하게 상징적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전례 꽃 작품은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제대가 잘 드러나도록 해야 하는데, 이 점에 있어서도 장 교수는 작품이 지나치게 방대해 제대를 전부 가리거나 제대 보다 작품이 높지 않도록 주의할 것 등을 강조한다.

‘주님 세례 축일’.

‘십자가’.

전례 꽃 성예술은 그 소재 선택에 있어서도 신자들이 복음을 깊이 느끼고 실천하는 데에까지 이를 수 있도록 성경 속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책 「전례꽃 작품의 세계」에서는 꽃 형태와 색채·질감 등 그 특성에 성경적인 의미를 적용시켜 작품들을 표현하고 있다고 전한다.

나팔 형태가 아름답고 빛나는 흰색을 지닌 백합은 부활의 감동을 표현하는 소재로 잘 사용되고, 클로버의 세 잎은 성부·성자·성령을 상징하며 삼위일체를 의미하는 작품에 활용된다. 붉은 하트 모양의 안스리움은 주님 사랑과 주님을 향한 사랑을 주로 표현하고, 혼배성사 때 많이 이용된다. 새 모양의 극락조화는 부활 새인 ‘피닉스’를 나타낼 때 쓰이고, 맨드라미는 불꽃 모양 형태로 성령을 표현할 때 활용된다. 날카로운 탱자 가시는 사순시기 주님 수난을 드러낼 때 잘 쓰인다. 꽃 습성에 따라 그 의미를 담기도 하는데, 해를 따르는 습성을 지닌 해바라기는 주님을 따르는 사도들과 신자들을 표현할 때 이용된다.

무엇보다 전례 꽃 성예술은 전례시기에 따라 사제의 제의 색깔이 바뀌듯 그 색에서 의미를 확연히 알 수 있다. 흰색은 하느님 승리와 영광, 기쁨, 결백, 순결, 환희 등을 나타내 주님 부활과 성탄, 성모 마리아 대축일 등에 사용된다. 자연의 색인 초록색은 그리스도를 통한 희망과 소망을 상징하고 연중시기에 주로 활용된다.

교회에서 사랑과 열정, 피 흘림 등을 상징하는 빨간색은 그리스도의 사랑과, 순교를 드러내 주님 수난 성지주일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성혈 대축일, 순교자들의 축일 등에 쓰인다. 통회와 보속, 슬픔, 겸손 등을 나타내는 보라색은 사순·대림시기, 비탄과 죽음, 재난 등을 상징하는 검정색은 장례·위령미사, 기쁨과 휴식을 보여 주는 분홍색은 성탄과 부활을 앞두고 기뻐하며 쉰다는 뜻으로 대림 제3주일과 사순 제4주일에 사용한다. 특히 황금색은 미사를 성대하게 거행할 때 흰색, 홍색, 청색을 사용하는 축일이면 쓸 수 있다.

이러한 전례 꽃 성예술에 대해 전국 가톨릭 전례꽃꽂이 연구협의회 박은희(리타) 회장은 “재료를 자르며 이기심과 교만, 욕심을 끊어 내고 겸손하게 자신을 희생 제물로 함께 봉헌하는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례 꽃꽂이는 성예술로, 하느님과 인간의 만남과 대화의 매개체로 복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이를 통해 하느님과 인간은 소통, 신자들은 내적 갈망을 외적으로 표현하고, 꽃을 관상하며 묵상한 결과를 실천으로 퍼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