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나이드는 두려움에서의 해방(1) / 장명숙

장명숙 안젤라 메리치(유튜브 크리에이터 ‘밀라논나’),
입력일 2023-01-16 수정일 2023-01-17 발행일 2023-01-22 제 3328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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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문자 그대로 아주 우연한 기회에 한 젊은이의 제안으로 ‘유튜버’가 됐습니다. 이른바 길거리 캐스팅이었습니다. 시작하기 전 여러 번 고사를 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늙은이 일상을 누구에게 보여주나 싶은 염려였습니다. 두 번째는 내 일상의 주축인 신앙을 안 밝힐 수는 없는데, 혹시 ‘가톨릭교회에 누를 끼치게 되면 어쩌나’라는 걱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고집스러운 젊은이의 설득에 “에라 모르겠다. 이 나이에 잃을 것도 없을 텐데, 뭘 도사리나? 젊은이가 날 데리고 유튜브 한번 해 보는 게 소원이라니 젊은이 소원도 풀어줄 겸 호기심 많은 늙은이 욕구도 충족시킬 겸 용기를 내보자”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런 결심으로 얼떨결에 시작한 유튜브…. 댓글 검색이 뭔지, 독자 수가 뭔지, 또 어떤 내용의 영상을 올려야 할지 정말 아무것도 모른 채 덜컥 유튜버로 데뷔했습니다. 2019년 10월이었습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고 소가 뒷걸음치다가 파리를 잡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내 의구심과 염려에도 불구하고 독자 수의 폭발적인 증가와 댓글은 일단 나를 안심시켰습니다. 유튜브를 제안한 젊은이에게 체면치레할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오히려 유튜버로 데뷔시켜준 젊은이에게 자신의 믿음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해줬습니다.

하지만 매번 촬영 때마다, ‘무슨 내용을 얘기해야 할지’, ‘어떤 분들이 독자라고 유입이 될까?’ 등 고민은 깊어져 갔습니다. 회가 거듭될수록 독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도 염려는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유튜버라는 생태계의 생리를 인지할수록 두려움은 점점 더 증폭돼 갔습니다. 길거리에서 알아보는 젊은 분들이 사인을 부탁하고, 사진 촬영을 부탁하고, 여러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면 할수록 상황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남의 동네에 와서 늙은이가 주책을 떠는 것 같은 생경한 느낌이 계속됐습니다.

이렇게 내가 하는 행동에 확신을 못 느낄 때 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바로 기도입니다. ‘잘난 체하지 말고 무슨 일을 하든지 주님께 여쭈어라. 그가 네 앞길을 곧바로 열어주시리라’(공동번역 잠언 3,6 참조) 구절처럼 말입니다. 매번 새로운 콘텐츠를 촬영한다는 것은 상상했던 것보다 조심스럽고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 성경 구절에 기대어 스스로 용기를 불어넣으며 영상을 준비할 뿐이었습니다.

기도가 하늘에 닿았을까요? 영상을 올릴 때마다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댓글이 수백수천 개씩 달리기 시작했고, 독자 수는 영상 하나 올릴 때마다 수만 명씩 늘었습니다. ‘아침 일과’를 찍자는 제안을 했을 때 가장 많이 주저했습니다. “눈 뜨면 십자성호를 긋고 아침 기도부터 올리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데, 그런 루틴을 올려도 괜찮을까요? 하지만 눈뜨자마자 십자성호를 긋고 아침 기도를 드리는 제게 가장 소중한 이 과정을 생략할 수는 없습니다.” 이 말에 제작진은 ‘자연스럽게 평소 하던 모습대로 해달라’고 했습니다.

아침 일과 영상이 업로드되자 전 세계에서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나도 다시 기도 시작했어요’, ‘냉담 중이었는데, 다시 성당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기도하시는 모습 아름답습니다’, ‘저도 신앙을 갖기로 했어요. 약혼자하고’ 등등…. 조회 수는 200만 이상이었습니다.

장명숙 안젤라 메리치(유튜브 크리에이터 ‘밀라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