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하느님의 경이로운 선물 / 장명숙

장명숙 안젤라 메리치(유튜브 크리에이터 ‘밀라논나’),
입력일 2023-01-04 수정일 2023-01-04 발행일 2023-01-08 제 3326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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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3일 이른 새벽 저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파티마를 향한 버스에 몸을 싣고 잠 반 깸 반 묵주알을 건성으로 굴리고 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가까이 지내는 이탈리아 친구의 강권으로 포르투갈 여행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맡고 있는 행사의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하기에 시간을 낼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여행광인 친구만 믿고 여정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건성으로 몸만 따라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원하면 마지막 날 선택 사양으로 따로 파티마를 하루 방문할 수 있다는 내용만 확인하고, ‘이 기회에 파티마나 한번 가봐야지’라며 억지로 따라나선 포르투갈 여행길이었습니다.

그렇게 여행 마지막 날 일행에게 양해를 구하고 혼자 떠난 파티마 성모발현 성지…. 도착해 제 눈에 펼쳐진 광경은 “오! 하느님! 예수님! 성모님!” 기도를 저절로 하게 만들었습니다. 바로 그날이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 마지막 기념 미사일이었습니다. 그때 소름 끼치는 감동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백만 명 이상의 신자들…. ‘몇 년을 별러 이곳에 올 수 있어 감사하다’는 얘기들을 귀동냥으로 들었습니다. 가끔 우리나라 신자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그분들은 ‘얼마나 오랜 세월 준비하며 파티마 성모님 발현 백주년 미사에 올 수 있게 됐는지’를 눈물 글썽이며 말씀하셨습니다. 정직하게 그때의 소름 끼치던 전율을 제가 무슨 언어로 표현 할 수 있을까요? 제 안에서는 “이래도 의심을 품니?”라는 주님 말씀이 올라오는 듯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가장 정성스러운 성호를 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묵주기도라는 형식의 기도를 안 것은 꼭 40년 전, 가까운 신자 덕분이었습니다. 불교와 토속 신앙이 혼합된 토양에서 성장한 배경으로 기도 습관이 제대로 몸에 배어있지 못했다는 솔직한 고백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묵주기도의 맛을 들이고, 기도의 맛을 들이며 신앙심이 조금씩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마음속에 염원이 생기면 주님께 간구하며 ‘언젠간 가장 좋은 때 주님이 들어주시겠지’라고 생각하는 버릇이 들었습니다. 그 많은 염원중 하나가 ‘파티마 성모발현 성지는 주님이 한번 보내주시지 않을까’라는 것이었습니다.

주머니 달린 옷을 좋아하는 저는 습관처럼 묵주를 넣고 다니며, 간절한 염원이 있을 땐 정성껏 경건하게 때론 분심 속에 건성으로 묵주알을 굴리며 성모송을 바치곤 하지요. 100여 년 전 파티마에 발현해 묵주기도를 바치라고 당부하셨던 좋으신 성모님…. 막연히 ‘언젠가는 파티마에 한번은 보내주시겠지’라는 희망을 그렇게 멋진 방법으로 허락해주신 주님과 성모님께, 어떻게 감사 기도를 올려야 할지 머릿속이 멍한 상태가 될 정도였습니다. 파티마에 보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하필 발현 백주년의 마지막 미사에 참례할 수 있게 배려해 주신 그 큰사랑….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때의 감격스런 심정이 올라오며 다시금 전율을 느낍니다. “좋으신 주님 오른손으로 꼭 붙들어 주시며, 우주 한가운데 먼지 같은 존재인 저를 이렇게 배려하셔서 기어이 파티마까지 불러주신 그 위대하신 사랑을 어떻게 의심 할 수 있을까요? 이제는 오히려 하느님이 안 계실까봐 염려합니다.” 제 삶에 꼭 계셔야 할 하느님! 보지 않고 믿는 이는 행복하다.

장명숙 안젤라 메리치(유튜브 크리에이터 ‘밀라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