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키아라의 선택」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3-01-03 수정일 2023-01-03 발행일 2023-01-08 제 3326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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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네 트로이시·크리스티나 파치니 지음/최문희 옮김/248쪽/1만5000원/바오로딸
극한의 고통 속 끝까지 지켜낸 ‘사랑과 믿음’
낙태 거부하고 생명 지켰던
고인의 삶과 선택의 길 증언
만약 24살의 여성이 임신을 했다면, 태중의 아이에게 뇌가 없다면, 태어나도 곧 죽음을 맞이할 아이라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혹은 산모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치료가 임신과 병행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상은 우리에게 ‘선택’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선택이 ‘낙태’라고 말하는 듯하다.

어떤 이는 너무 고통스러운, 극단적인 상황이라 말할 지도 모르지만, 키아라는 이런 희귀한 선택을 수차례나 겪었다. 그러나 그녀의 ‘선택’에는 ‘낙태’란 말은 없었다. 키아라는 죽음을 목전에 둔 순간에도 늘 이렇게 기도 했다. “저 여기 있습니다.”

책은 하느님의 종으로 시복 절차가 진행 중인 키아라가 날마다 선택해온 생명과 사랑의 길을 담은 증언집이다.

1984년생으로 28세에 선종한 키아라는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아간 신앙인이다. 24세에 임신한 첫째와 둘째가 각기 다른 심각한 장애로 출산해도 살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할 수 있는 한 생명을 보살폈다. 셋째 아이를 가졌을 때는 자신에게 암이 발견됐고, 태아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암 치료를 미루다 출산 후 치료를 시작했지만, 결국 세상을 떠났다. 키아라는 남편 엔리코와 함께 “나를 사랑하시는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시리라”는 믿음 하나로 극단적인 상황들을 기쁘고도 평화롭게 받아들였다.

키아라의 삶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기사가 실리고, 책이 출간됐으며, 온라인매체를 통해서도 전해졌다. 그러나 그런 정보들에는 잘못된 사실이 섞이기도 했다. 키아라의 남편 엔리코는 수많은 이들이 키아라의 이야기를 듣고자 요청하자 키아라 곁에 머물던 저자들을 통해 책의 집필을 부탁했다. 책은 키아라가 겪은 사건들을 저자뿐 아니라 키아라의 가족, 친척들과 친구들의 기억을 모아 시간 순서대로 풀어냈다.

저자들은 책을 통해 “몸은 사랑을 위해 만들어졌다”며 “우리의 모든 나날에 악과 좌절과 고통이 오는 것도 몸을 통해서지만 다행스럽게도 또 다른 ‘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위로와 구원도 온다”며 “키아라와 엔리코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를 보여줬다”고 전한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