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요한 크리소스토무스의 사회교리」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3-01-03 수정일 2023-01-03 발행일 2023-01-08 제 3326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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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중 대주교 지음/252쪽/1만9500원/분도출판사
‘나누고 사랑하라’ 시대상과 설교로 풀어보는 성인의 가르침
평등과 나눔의 복음 정신 실천한
초대교회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당시 사회 환경·사상 중심으로
성인의 사회교리 이론 풀어나가
교회는 항상 쇄신돼야 한다. 그렇다면 쇄신의 핵심 내용과 바탕은 무엇일까.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계속 새롭게 등장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사회의 요구에 교회가 어떻게 봉사할 수 있을까. 전임 광주대교구장 김희중(히지노) 대주교는 “이러한 물음에 대한 대답은 사회개혁에 관한 초기 그리스도교의 기본 정신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며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이하 성인)를 주목한다.

초대교회의 시대 상황과 오늘날 우리가 처한 상황은 너무도 다르다. 그러나 그 핵심 정신은 여전히 유효하다.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살아간 근본적인 정신이 복음이 가르치는 사랑, 바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실천한 평등과 나눔에서 그 사랑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특별히 성인은 이런 초대교회의 정신을 삶과 가르침 모두로 살아간 인물이다. 성인은 총대주교로 착좌한 후 모범적인 청빈생활을 실천, 그동안 쌓였던 성직자들의 부패를 개혁해나갔다. 동로마 제국 교회의 최고 지위에 올랐지만, 명예나 권위, 호화와 사치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제로서의 청빈을 유지했다.

김 대주교는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당시 자신이 살았던 안티오키아와 콘스탄티노플의 상황을 정확히 직시했다”며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가난한 이들을 위한 목자로서 사랑과 자비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실천해 하느님의 정의를 실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미국 오하이오 성 바오로 정교회 성당 소장)

책에서 김 대주교는 먼저 성인의 생애를 비롯해 당시 성인이 살아갔던 안티오키아, 콘스탄티노플의 지리, 정치, 사회, 경제, 종교 상황을 설명한다. 이어 성인의 사회정의에 관해, 성인이 이해한 재물의 사회적 기능에 관해 구체적으로 살펴나간다.

성인의 가르침은 세기를 초월해 현대 교회 ‘사회교리’의 근간이 된다. 성인은 ‘부’(富)가 전부인 듯이, 최고의 선(善)이라는 듯이 오직 부를 가지기에 급급한 지금의 세상에 경종을 울린다. 성인은 ‘부’(富)는 그 자체로 선이나 악이 아니라 쓰임새에 따라 선도 악도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생존을 다른 사람의 도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사람을 ‘가난한 자’라고 정의하면서 이들이 시대의 경제, 사회적인 제도의 희생자이므로 마땅히 부자들에게 가진 바를 나누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또한 책은 황금(크뤼소스)의 입(스토마), 바로 ‘크리소스토모’라 불리는 성인의 설교가 지닌 진면목을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성인의 설교는 사색적인 이론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삶에서 시작한다. 성인은 일상생활이나 자연에서 은유와 비유를 들어 듣는 사람에게 자극을 주고 성찰을 촉구한다. 그 설교가 힘을 지닌 것은 설교 방식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성인 스스로 그 설교의 내용을 끊임없이 증거하는 모범적인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김 대주교는 “교구장 이임을 준비하면서 유학시절 심취하고 연구했던 성인의 사회교리를 책으로 엮었다”며 “12년간의 교구장직을 내려놓으며 베풀어 주신 하느님의 크신 은혜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마련한 이 책이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하여’ 일조할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쁘겠다”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