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칼럼] (117)86세에도 여전히 활발한 프란치스코 교황/ 존 알렌 주니어

입력일 2022-12-28 수정일 2022-12-28 발행일 2023-01-01 제 3325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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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0년간 최고령 현직 교황
사목방문과 교황청 개혁 작업
전쟁 종식 노력 등 활발한 활동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어

지난해 12월 17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86세 생일을 맞았다. 이로써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100년 동안 가장 나이가 많은 현직 교황이 됐다. 1922년 베네딕토 15세 교황은 67세의 나이로 선종했으며, 이후 교황들이 선종하거나 은퇴했을 때의 평균 나이는 78세다.

지난 2000년기 동안 믿을 만한 탄생 기록을 가진 교황은 모두 123명이었고, 그중 6명만이 86세 이후에도 교황직을 수행했다. 이에 앞선 1000년기 동안에는 교황의 나이에 관한 기록이 대략적이긴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보다 더 나이가 많았던 교황은 681년 104세의 나이로 선종한 성 아가토 교황뿐이다.

달리 말하면, 역사상 266명의 교황 중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8번째로 나이 많은 교황이 됐다는 것을 뜻하며,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로 86세 이상인 현직 교황 3% 안에 들게 된다.

따라서 상투적으로 따지자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86세 생일은 그의 교황직이 막판에 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놀라운 일은 이런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속력으로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지난여름 프란치스코 교황이 여러 일정을 취소하고 전 세계의 모든 추기경을 소집해 전례없는 회의를 하며 스스로 사임한 첼레스티노 5세 교황의 묘소를 참배했을 때, 교황청 관측통들은 이제 끝이 다가왔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혀 멈춰 서지 않았다.

최근 스페인 일간지 ‘ABC’와의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의 건강, 특히 오랫동안 고질적으로 앓고 있는 오른쪽 무릎 관절염에 대한 질문에 구태의연한 답을 했다. 교황은 “무릎이 아니라 머리가 몸을 지배한다”면서 “지금 걸을 수 있으니 수술을 받지 않기로 한 결정은 옳았다”고 말했다. 자신의 건강은 다소 괜찮다는 답이었다.

같은 인터뷰에서 교황은 처음으로 자신이 정상적으로 교황직을 수행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사직서에 서명해 당시 교황청 국무원 총리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추기경에게 줬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황은 분명하게 사임할 의사가 없다고 덧붙였다.

주지해야 할 사실은 교황청이 지난해 12월 초 교황이 오는 1월 31일부터 2월 5일까지 콩고민주공화국과 남수단을 사목방문한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교황은 지난해 7월 건강을 이유로 이 두 나라 사목방문을 연기해야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분명 자신이 서서히 일을 줄이고 있다는 증표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교황은 가톨릭교회의 자선기구인 국제 카리타스의 지도부를 일괄 해임했고, 교황청 재무원 원장을 비롯해 몇몇 주요 인사를 단행했다. 일련의 변화에 정통한 한 교황청 관리는 누군가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교황 스스로 이 같은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교황은 올해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해 10월에는 전 세계에서 고위 성직자들이 모인 가운데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본회의가 열린다. 이 세계주교시노드는 2024년까지 이어진다. 모든 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시노드 과정을 자신이 수행하는 교황직의 초석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 시노드의 끝을 보려고 하고 있다.

해외 사목방문과 관련해서 교황은 지난해 여름 연기해야만 했던 레바논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 뜻밖의 일이 생기지 않는 한 교황은 오는 8월 세계청년대회가 열리는 포르투갈 리스본을 방문할 것이다.

또 교황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외교와 지정학적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황은 최근 체첸인과 시베리아의 부랴트인과 같은 러시아의 소수민족들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일에 책임이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 사과를 하기도 했다. 교황의 잘못 인정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중재를 위해 러시아와 대화의 물꼬를 열어두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중재의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보고 있으며, 교황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외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교황은 새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에 따른 교황청 개혁의 청사진을 계속 실행할 것이며 교황청 재정 부패를 둘러싼 ‘세기의 재판’을 끝을 보려고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교황을 둘러싼 진실이다. 교황은 책임을 지는 것을 즐기고 있으며 그만둘 것같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그의 교황직에 관한 추측은 언제 끝날까가 아니라 얼마나 더 오래 갈까가 되어야 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 아가토 교황보다 오래 살아 18년 더 교황직을 수행하는 별난 일은 없을 것이다. 솔직히 7년 4개월을 더 살아 레오 13세 교황이 세웠던 현대 교황 중 최고령자가 될 것이라는 확신도 없다.

하지만 별난 일이 불가능한 일과 같은 말은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관련해서 알아채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에게는 무엇이든 가능하다. 그저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존 알렌 주니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장이다. 교황청과 교회에 관한 베테랑 기자로, 그동안 9권의 책을 냈다. NCR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16년 동안 활동했으며 보스턴글로브와 뉴욕 타임스, CNN, NPR, 더 태블릿 등에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