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쪽방ㆍ노숙인 돌봄에 헌신한 나눔의 묵상회 손유자 회장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2-12-28 수정일 2022-12-28 발행일 2023-01-01 제 3325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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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는 사실 자신을 위한 것… 저의 건강 비결은 봉사”
취약계층 위한 도시락 봉사 공로
서울 사회사목국 감사패 받아 
장애인과 미혼모 시설 등에서도
15년 넘게 꾸준히 봉사 이어와 

“이웃을 위한 봉사는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하느님께서 다 알고 계시다고 했는데 감사패를 주신다고 해서 받아도 되나 싶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살고 있는 서울대교구 화양동본당 나눔의묵상회 손유자 회장(데레사·79)은 지난 12월 18일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국장 황경원 안드레아 신부)이 교구청에서 마련한 ‘노숙인·쪽방 돌봄 봉사자 감사의 날’ 행사에서 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 유경촌(티모테오) 주교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감사패에는 ‘가톨릭사랑평화의집에서 활동하며 오랜 시간 힘들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 실천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적혀 있지만 손유자 회장의 봉사는 가톨릭사랑평화의집은 물론 장애인과 미혼모 시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의 노숙인 야간 순회활동 등을 포함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광범위하다. 화양동본당 구역반장으로도 17년을 봉사했다.

“유경촌 주교님께서 가톨릭사랑평화의집에서 서울역 주변 쪽방촌 주민들에게 나눠 줄 도시락 요리 봉사를 하시면서 저에게 ‘자매님 봉사해 오신 거 하느님께서 다 갚아 주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드러낼 일도 아닌데 감사패를 주시니 감사하기도 하고 앞으로도 봉사에 힘써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손 회장은 내년이면 만 80세가 되는데도 나이에 비해 훨씬 젊고 건강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한다. “제가 본래 몸이 마르고 허약한 편이었어요. 착한 목자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미혼모 돌봄 시설에서 20년 이상 봉사하고 있고, 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도 15년 이상 했습니다. 코로나19 생기고 제약을 받고 있지만 봉사활동 덕에 지금처럼 젊고 건강하게 사는 것 같습니다.”

손 회장에게 가톨릭사랑평화의집 봉사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코로나19 전에는 봉사자들이 많아서 본당 나눔의묵상회 회원들과 월 1회 주방 봉사를 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터지고 봉사할 사람이 없어져 매주 화·목·토요일 주 3일을 최근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나갔습니다.”

손 회장이 헌신적으로 봉사한 덕에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쪽방촌 주민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주는 일이 꾸준히 이뤄질 수 있었다. 손 회장은 이번 감사패를 받고 가톨릭사랑평화의집 봉사에서는 물러나기로 했지만 월 1회 정도는 도시락 포장 봉사를 계속할 계획이다.

“제가 여러 기관에서 봉사할 수 있도록 시간 안배를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봉사는 남을 위한 것 같지만 사실은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봉사만큼 기쁘게 사는 길은 없어요. 젊은 신자들도 봉사에 힘썼으면 합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