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가르치면서 배우다-예비신자 교리 / 정희성 베드로 신부

정희성 베드로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입력일 2022-12-27 수정일 2022-12-27 발행일 2023-01-01 제 3325호 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가르치면서 배우다.’

예전에 보았던 한 영화에서 부모 잃은 새끼 기러기들을 성장시키고자 노력하는 아들에게 그의 아버지가 해주었던 말입니다. 누구도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알고 가르칠 수는 없으며, 가르치면서 동시에 자신도 배우게 된다는 것입니다. 본당에서 가르치는 직무들을 수행하면서 이 말이 얼마나 맞는 말이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본당에서 지내며 ‘가르치는 직무’가 가장 잘 드러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아마도 예비신자 교리를 할 때일 것입니다. 다양한 분들이 서로 다른 이유로 성당 문을 두드리고 예비신자 교리를 신청합니다. 그분들 가운데에는 천주교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이들도 있고, 조금은 무언가를 알고 있는 이들도 있습니다. 또한 하느님을 알고 세례받고 싶은 열망으로 온 이들도 있으며 그냥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온 이들도 있습니다. 물론 결혼을 위해 온 이들도 있고요. 그렇게 너무나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은 교리를 받고자 성당에 오고, 교리반에 들어옵니다.

입교식과 어색한 첫 인사가 끝나고 나면 매주 교리가 진행됩니다. 보좌신부로 처음 교리를 시작할 때는 마치 공부를 가르치듯이 지적인 내용들을 전달하는 데에만 집중했습니다. 지식으로 아는 것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신앙교육은 지적인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당연한 논리를 체험한 것이지요.

그래서 교리교사로서의 경험이 많아지고 교리반이 거듭되어갈수록, 오히려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많아졌습니다. 모임 안에서 예비자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삶의 이야기들을 나누어줍니다. 그 이야기 속에 ‘신앙을 갖고자 하는 마음, 하느님을 찾고자 했던 이유’들도 들어 있으며, 나눔은 그 자체로 세례를 받기 위한 하나의 준비가 됩니다.

예비자 교리를 진행하고 그들과 나눔을 하며 느끼는 것 가운데 한 가지는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가지고 있는 ‘진짜 힘’입니다. 예컨대, 쉽지 않은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 죽을 만큼 힘들지만 살기 위해 신앙을 갖길 원하는 이 앞에서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가진 힘’을 구체적으로 체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비신자분들에게 ‘신앙이란 무엇인지, 교회가 가르치는 것은 무엇인지’를 가르치기 위해 만났는데, 동시에 배우고 있는 저의 모습도 발견합니다. 영화 속의 그 아이처럼 가르치면서 동시에 늘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의 교리반이 마무리되고 세례 주는 날이 되면, 교리교사로서의 기쁨과 염려가 넘쳐나게 됩니다. 무엇보다 그분들에게 세례가 어떠한 의미인지를 알기에, 하느님 이름으로 세례받는 그들을 보면서 기쁨이 넘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세례받는 것인지를 또한 알기에, 하느님 이름이 그분들이 바라는 힘이 되길 기도합니다.

정희성 베드로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