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서 점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하는 것은 바로 사주(四柱)입니다. 이것은 어떤 사람이 태어난 년, 월, 일, 시 이 네 가지를 의미합니다. 이것을 간지(干支)로 풀어쓰면 여덟 글자가 되는데 이 둘을 합해서 흔히 사주팔자(四柱八字)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사주를 보는 행위 안에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운명은 그 사람이 태어난 년, 월, 일, 시에 의해 결정된다’는 철학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개념으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음양오행(陰陽五行)인데, 이것은 음(陰·달), 양(陽·해), 그리고 오행성(五行星)인 화성(火星), 수성(水星), 목성(木星), 금성(金星), 토성(土星)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태어나는 그 순간 그 사람은 특정 행성의 기운을 더 많이 갖고 태어나게 되고, 그 기운에 의해서 그 사람의 성격과 건강 등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람은 금의 기운이 강하고, 또 어떤 사람은 화의 기운이 강하다고 보는 것이죠. 음양오행을 따지는 행위 안에도 역시 기본적으로 ‘인간의 운명은 그 사람이 태어난 시점에 의해 결정된다’는 철학이 내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주팔자-음양오행 분석법은 물리학의 용어를 빌리면 ‘한 사람이 태어난 시점인 초기 조건’과 ‘사주팔자-음양오행의 기본 법칙’을 통해 한 사람의 미래의 운명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결정론적 세계관에 입각해 있습니다. (물론 한 사람의 운명에는 그 사람의 태어난 시점 외의 다른 요소들, 예를 들어 부모의 환경 등도 사주팔자-음양오행 분석법에서 고려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결정론적 세계관은 사실 17세기 이래로 고전물리학이 강조하던 세계관이기도 합니다. 질량을 가진 두 물체 간에 서로 잡아당기는 힘을 설명하는 중력 법칙(만유인력의 법칙이라고도 불리죠)을 발견한 위대한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Isaac Newton·1643~1727)은 그의 위대한 저서 「프린키피아」와 「광학」을 통해 ‘한 물체의 위치와 속도를 측정한 특정 시점인 초기 조건’과 ‘역학의 기본 법칙’을 통해 한 물체의 미래 운동 상태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결정론적 세계관을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뉴턴의 세계관은 사주팔자-음양오행 분석법과 상당히 비슷함을 알 수 있습니다. 뉴턴의 이 결정론적 세계관은 등장 이후 수백 년간 물리학의 가장 중요한 철학적 기반으로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