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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기자 단상] 평신도의 새로운 복음화와 사회교리 / 조희철

조희철 스테파노 명예기자
입력일 2022-11-22 수정일 2022-11-22 발행일 2022-11-27 제 3320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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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공의회 「기쁨과 희망」이라는 사목헌장 정신을 이어받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새로운 복음화’를 강조합니다.

‘새로운 복음화’는 선교뿐만 아니라 말씀의 선포와 삶의 증거이며, 복음적 가치 기준으로 삶의 모든 영역을 변화시키고, 복음을 선포하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복음화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과 진정성 있는 인격적 만남을 이루어야 할 것이며,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생명윤리가 존중되고, 환경과 생태를 소중히 하는 데에도 부족함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지(知), 정(情), 의(意)를 기본 정신으로 공동선(共同善)을 이루며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을 나누는 진정한 정의를 실현하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실천하는 우리 평신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 “그리스도인은 사회현실에 관심을 두며 저마다 자신의 몫을 해야 합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러자면 기도와 묵상만으로는 이룰 수가 없습니다. 바로 사회교리의 실천입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과 연대성 원리에 입각한 사회 정의, 공동선을 지향하는 사회교리의 올바른 이해를 통해서, 진정으로 사회복음화를 실천하는 평신도로 거듭나야겠습니다.

오랜 냉담교우들이 다시금 성당으로 찾아오도록 신앙생활의 모범을 보이며 진심으로 다가가고, 구역 모임을 통해 소외받는 이들의 돌봄, 빈첸시오회를 통해 가난한 이웃에 대한 봉사, 레지오마리애를 통해 재소자와 장애로 불편을 겪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자비가 느껴지도록 나눔과 사랑을 베풀어야겠습니다. 또한 다문화가정에도 온정을 전하는 지역 사회 공동체에 참여하여, 많은 사람들이 천주교 교리를 믿고 따르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리하여 모든 이들에게 하느님의 크신 사랑이 전해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연대하여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또한 최소한의 인권조차 박탈당한 채 살아가는 북녘 동포를 위해서, 남북통일이 이루어지는 날이 빨리 올 수 있도록 9시 저녁기도에도 참여해야겠습니다.

평신도 입장에서 사회교리를 실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사회 현상에 개입하는 것을 이데올로기적 관점으로 평가하면서 조용히 침묵하는 것이 최선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주위에 많이 있습니다. 이제부터 새로운 복음화의 실천을 위해서 우리 주변의 산적한 많은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옳은 일이라고 판단되는 일에 주저함 없이 나서야 하겠습니다. 노동자들의 안전과 재해 예방을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 불공정한 검찰과 사법 절차, 정부의 민생과 경제 정책에 대한 투명한 공개 등 많은 부분이 우리가 연대하여 직접 참여하고 알아야 할 일들입니다.

아름다운 단풍과 파란 하늘의 계절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오묘하심을 가슴 저리게 느끼면서, 우리에게 이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시고, 많은 탈렌트를 주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드리며, 11월 위령 성월에 신앙 선조들을 기억하면서,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는 날들이 되시길 빌겠습니다.

조희철 스테파노 명예기자